다 알면서도

by 연서인

어른이 된다는 건

모르는 척 하는 법을 배우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나에게 엄마는 판사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었다.

그녀의 앞에서 거짓말을 한다?

감히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왜?


엄마는 어짜피 다 알거든.


내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 뭘 하려고 하는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엄마는 모르는게 없었다.


그래서 난 어려서부터 엄마가 무서웠고

덕분에 '거짓말'을 내 인생에서 가장 먼 곳에 보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그게 능력이 아니라 엄마니까 당연한 거였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도 거짓말을 한다.

그런데 엄마가 된 나에게

그 거짓말은 참 쉽게 보인다.


아이들의 눈빛, 말투, 행동

모든 것에 다 티가 난다.



아이들의 거짓말을 처음 접했던 날

만감이 교차했었다.


이걸 바로 밝혀야 하나?

아니면 모르는 척 해야 하나?


거짓말은

늘 내 인생에서 멀리 두고 싶은 일이었는데

내 자식이 그 짓을 하고 있다니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바로 밝히는 것보단

스스로 깨우치게 인도하는 것

나의 역할이라 여겼기에


일단 모르는 척 하였다.



요즘의 나는

사람 사이에서도 비슷한 선택을 한다.


말이 조금 애매하고,

뱅 둘러서 말하는 사람이 하는 속내가

너무 뻔히 보이지만


굳이 끝까지 물어 따지지 않는다.


예전의 나라면

기분 나쁜 티를 숨기지 못했을 것이다.

확실하게 말해달라 했을 거고,

왜 그런 식으로 말하느냐고 따졌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잠시 모르는 척 한다.

일단 상황을 정리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선택만 남긴다.


이해해서 참는 것도 아니고

참아서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금 이 관계에서

서로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찾고

감정소비가 덜 되는 쪽

찾을 뿐이다.


어쩌면 모르는 척 할 줄 알게 된건

내가 순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포용하는 범위가 좀 넓어졌기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다 알면서도 넘어가는 날들 속에서

나는 조금씩

어른에 가까워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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