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나누다 보면
누군가는 유쾌하게 이야기를 이끄는 사람이 있고,
또 어떤 이는 맥락없이 자기 할 말만 하는 사람이 있으며,
또 어떤 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리액션만 하는 사람이 있다.
다수의 만남에서 나는 보통 마지막 사람이다.
이상하게 여럿이 모여 있으면 평소에는 잘 하던 농담도
머릿속에서만 맴돌뿐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굳이 노력해서 입을 열었을 땐
뭔지 모르게 찝찝한 기분만 남는다.
[아.. 괜히 말했나..]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난 3명 이상이 모인 자리에선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치고, 적당한 리액션만 유지한다.
그런 내가 유난히 말이 많아지는 자리가 있다.
1대 1
너와 나의 시간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굳이 웃기지 않아도 되고,
분위기를 띄우지 않아도 되고,
말의 결이 자연스럽게 깊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어느 날 친구가 그랬다.
[너 되게 진지충이었어.]
그때 처음으로 진지충이란 단어를 알았다.
그래서 검색해봤는데.. 생각보다 꽤 부정적이?
웃자고 한 말에 혼자만 진지해지는 사람.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사람.
내가.. 저 정도는 아닌데..?
그 이후로 '진지충'이란 단어는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고,
나는 내 일상을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나는 웃음도 많았고 장난도 잘 치는 사람이었다.
유머를 던지면 받아치고,
장난을 치면 되돌려줄 줄도 아는
그런 사람이었다.
다만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주는 쪽을
조금 더 좋아할 뿐이었다.
돌이켜보면
어렸을 때의 나는 확실히 생각의 폭이 좁았다.
치기어린 학창시절
뒤늦게 찾아온 반항기 가득했던 대학시절
그때의 나는
누구 하나 걸리기만 해봐라
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던 사람이었다.
친구가 그렇게 느꼈던 것도 어쩌면
당연했을지 모른다.
시간이 지나고
내 앞자리도 조금씩 차오르니
마음에도 여유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세상을 꽤 평온한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결이 다른 사람을 만나도 굳이 밀어내지 않게 되었다.
살아보니 알겠더라.
타인의 이야기에 공감은 하되 그걸 내 집까지 끌고 올 필요는 없다는 걸.
재미든 진지든
그 자리에서 마무리 되는 대화가
가장 좋은 대화라는 걸.
지금의 난 진지충은 아니지만,
여전히 진지한 대화를 조금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