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편지를 쓰네. 5년 만에 다시 꺼낸 책을 읽다가 이런 문장을 봤어. “그로부터 벌써 이 년 반이 지났어, 그리고 그 친구는 아직 열일곱 그대로야, 하고. 그렇다고 해서 그게 내 속에서 그에 대한 기억이 옅어졌음을 뜻하지는 않아. 그의 죽음이 가져다준 것은 아직 내 속에 남았고, 그 가운데 어떤 것은 그때보다 오히려 더 뚜렷할 정도니까.”
나는 올해 생일이 지나면 벌써 스물다섯이 돼. 분명 네 생일이 더 빨랐는데 너는 아직 스물셋에 머물러 있네. 이 사실이 아직도 어색해. 나는 잘 살아가고 있어. 이제는 별거 아닌 일에 웃음이 나고 밥도 잘 먹어. 그래도 하루의 끝에서 반성하는 버릇은 여전해. 이 말이 너에게 조금의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도 나는 밥을 먹을 때, 아침에 일어나 처음 거울을 볼 때, 발 뒤꿈치가 까져 쓰라릴 때 네가 생각나. 생각난다는 표현보다는 떠오른다는 말이 맞겠지. 서두가 길지. 그냥 ‘너는 내 기억에서 옅어지지 않을 거야.’라는 말로 너를 안심시켜 주고 싶었어.
가끔 참을 수 없이 힘들 때는 그곳에 누운 너를 떠올려. 네 옆에 나란히 누운 내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편해지거든. 오늘도 사라져 버린 네 SNS 계정을 찾아보다 또 조금 울었어. 그래도 나는 네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아. 눈을 감고 생각을 비우면, 머릿속에 검은 화면만 남게 되면, 기억 너머에 잘 살고 있는 네가 보여.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영원히 존재한다는 건 무서운 일이지. 그래도 내 기억의 단상에 네가 있음에 감사해. 집에 가는 지하철에 앉아 너에 대한 글을 쓰는 기분은 참 이상하네. 아마 이 글도 금방 지워버리겠지.
나는 열심히 네가 없는 내일을 살아볼게. 언젠가는 꼭 다시 만나기를,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동안 우리의 만남은 기약이 없기를 바라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