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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서 Oct 24. 2022

여수에서

있지 i, 

너는 아직도 때 묻은 너의 물건을 선물하니?

네가 처음 나에게 선물을 준 날이 기억나

내가 쿠키를 구워갔던 날, 

너는 보답을 해야겠다며 약지에 끼고 있던 반지를 빼서 줬잖아

작은 비즈로 만들어진 조금은 촌스러운 그 반지

사실 내 취향이 아니라서 한 번도 끼워본 적 없었어

그런데 이상하게 가끔 그 반지를 잃어버리는 꿈을 꿔

진짜 사라지진 않았을까 악세서리 함을 열어보게 되는거있지

이게 무슨 마음일까?



너가 그렇게 되고나서 한 번도 연락한 적 없었는데,

사실 삶이 바쁘다는 말은 핑계였어

나는 아직도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이 동네에 살고 있거든

그래도 그 날 이후로 하루도 네 생각을 하지 않은 적 없어

조금은 괜찮아졌는지, 너가 날 용서해 줄지 하는 이기적인 생각들이지만



오늘은 21년 4월 7일이고

침대에 엎드려 3년만에 너에게 편지를 쓰고있어


나는 꽃을 보지도 못했는데 벌써 다 지고있대 

그래도 다행이야 난 벚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이곳은 완연한 봄인데 너가 사는 곳의 계절은 어디쯤일지 궁금해

너에게도 봄일까 혹시 아직 늦겨울은 아닐까

혹시 이 편지를 보게된다면 꼭 답장 줘.



아 맞다, 딸기는 꼭 고인 물에 10분 이상 담궈두었다가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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