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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플라이 유연실 Mar 03. 2016

Lesson 1: 아줌마 vs 사업가

첫 번째 실수: 사업을 위한 사업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싱가포르에 온 후, 

8년 동안 여러 외국 기업에서 일한 나는 사업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사업은 무모하고 네트워킹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많은 주변분들의 사업 실패를 옆에서 지켜보셨던 부모님의 부정적인 시각을 
생각 없이 그대로 흡수했기 때문일 것이다.

남편과 미국으로 옮기면서 internal transfer로 당연히 될 줄 알았던 비자에 미끄러지고, 
나는 두 가지 갈림길에 섰다.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던 가정주부가 될 것이냐, 
아니면 비즈니스 스쿨을 가서 재 취업을 노릴 것이냐. 결론은 당연했다. 
난 가정주부가 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길이든 택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난 멋지게
 이력서에 박을 만한 비즈니스 스쿨에 합격하지 못 했다.
이제 마지막, 옵션에도 두지 않았던 단 한 가지 길만이 오롯이 내 앞에 있었다. 
사업 - 10명 중 9명이 망할 수 있다는 그 길.
하지만 창업을 하지 않는다면 난 남편 월급으로 알뜰살뜰 집안일만 하는 여자가 돼야 됐다. 
난 나를 알았다. 내가 가정주부로만 산다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럼 어째... 개뿔도 몰라도 그 남은 한 길을 선택하는 수밖에.
 무서웠지만 대안이 없었다.


사업하기로 마음먹은 후 여러 친구들과 아이템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 치열한 실리콘밸리에서는 더 이상 niche market이 존재하지 않아 보일만큼
세상에 모든 서비스, 모든 아이템은 다 시도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친구들은 차츰 아이를 갖기 시작했다.
신기한 건 이렇게 tech-savvy 한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엄마들은 아이들 교육을 위해 꽤나 구식의 방법을 쓰고 있었다. Google 서치하고, Yelp 또는 Parents community 사이트에서 리뷰를 본 다음, 여러 학원(?) 웹사이트에서 한 예약을 자기 달력 또는 엑셀 파일에 정리했다.

이게 무슨 노가다지?? 
난 이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여러 교육 프로그램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을 판다면 반드시 시장의 반응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뛰어들었다.


첫 번째 실수: 사업을 위한 사업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또 실리콘밸리의 기업가 정신에 대한 비디오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음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사업을 위한 사업을 시작하지 말고, 처음에는 간단한 프로젝트로 시작할 것

난 이 말에 콧 방귀를 뀌었다. 그건 미국인 너네들 얘기고.
난 배우자 비자로 거주 중이었기 때문에 영리 목적의 그 어떠한 행위도 할 수 없었다.

합법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변호사를 고용해 사업자 비자 (E-2)로 바꿔야했다.
그러려면 회사를 설립하고 비즈니스 통장을 만들고, 세금/
스톡옵션 등에 대한 서류 작업을 해야 했다.
또 이 회사가 '상당한 투자'를 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했다.


결국 수익은 $0인 주제에 이 사업이 어떤 시장 반응이 올지 모르는 채로,
난 
시간당 $425 (52만 원) 청구하는 변호사를 통해 각종 비즈니스 관련 서류를 만들고,
$6,000 (740만 원)을 들여 이민 관련 변호사와 함께 사업자 비자를 준비했다.
또한 아웃소싱 팀을 고용해 웹사이트 개발을 시작했다.
가슴이 아팠다 ㅜ_ㅜ 내가 8년 동안 차곡차곡 저축한 돈은, 무지막지한 속도로 나가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러한 작업으로 인해 앞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는 점이다.
내가 생각한 수많은 가정이 틀렸을 수도 있고,
맞았다고 하더라도 생각보다 수익성이 없을 수도 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연결되는 다른 아이디어가 훨씬 더 나을 수도 있고,
새로운 파트너를 만나면서 전혀 다른 길/아이템으로 가게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사업 전환 방향이 급격히 다를 경우, 
나는 또 변호사들에게 나의 피 같은 돈을 고스란히 바쳐야 할 것이다. 

나는 전혀 다른 방법을 택할 수도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비자나 사업자 등록을 문제를 다 해결하거나, 
웹사이트/모바일앱를 통해 시작하지 않았어도 됐다.

우선 블로그나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무료 오픈 소스를 사용해서 몇몇의 타깃 고객들과 수익성과 한계를 확인할 수도 있었다.
순진하게 인터뷰한 유저들이, 
"오! 너 아이디어 너무 좋다 사용해 보고 싶어!"라는 말을 덜컥 믿지 말고,
실질적으로 돈을 내놓는가를, 최대한 싸게 (또는 무료로) 테스트해 볼 수도 있었다.
그 이후 사업자 등록을 하든, 비자를 바꾸든, 웹 앱을 만들든, 
큰 돈이 들어 가는 것에 손 댈 수도 있었다.

예를 들어 요즘 자주 이용하는 Weave.in라는 네트워킹 서비스가 있다. 
이들의 목적은 매주 비즈니스와 관련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것이다.
웹사이트는 존재하지만 현재로서는 멤버십 신청 도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모든 매칭, 미팅 셋업 등은 내부 직원이 직접 admin 작업 (일명 '막노동')을 한다.
아마도 이들이 확인하고 싶은 건, 
"사람들이 과연 매주 새로운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을 위한 직접 만남을 원할까?"일 것이다.
이후 특별 서비스에 대해서는 유료화하겠지.

더 극단적으로 가서는, 비즈니스에 종류에 따라서는 아예 웹사이트를 만들지 않을 수도 있다.
일례로, 창업을 시작한 이전 구글러들의 모임 (Xooglerpreneurs) 주최자는,
Google form으로 멤버십 가입 신청서를 만들고 그 신청서 자체를 웹 호스팅에 연결했다.
돈을 내야 하는 모임이라면 따로 Eventbrite 등을 통해 돈을 지불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물론 극단적인 예이고, 
많은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요지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 전에 최소한의 돈으로 수익 모델에 대한 테스트를 철저히 해 봐야 했다는 것이다.

변호사님들께, 또 다른 사업체에게 꼬깃 꼬깃 모은 소중한 돈을 바치는 건 
그 모든 테스트가 끝나고 확신에 차 돈 벌기 모드로 들어갈 때,
그때 해도 늦지 않았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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