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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플라이 유연실 Mar 05. 2016

Lesson 2: 배움과 노가다의 차이

두 번째 실수: 혼자서 다 하기

처음에 이 바닥(?)에 발을 딛고 보니,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는 룰이 몇 개 있다는 것을 알았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솔로 창업자보다는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주는 공동 창업자 시스템을 원하고, 

개발은 내부 직원들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며, 

많은 투자자와의 네트워킹을 위해서는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 등이었다.


이는 물론 상당 부분 맞는 얘기다. 

사업의 많은 부분은 어떤 사람들을 내 곁에 두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니까.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룰에서 벗어나면 꼭 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가적 개고생이 더 해진다는 점에도 이견은 없다.


하지만 난 이 나라에 막 이민 온 외국인이고, 비개발자 출신의 여자(이거 생각보다 꽤 큼)였다.

네트워크와 세일즈 스킬로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 봐 보기는커녕, 연고도 기반도 전혀 없는 아웃사이더였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난 마치 결혼정보회사에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불쌍한 D급 고객이 된 느낌이었다.



실제로 공동 창업자겸 CMO(Chief Marketing Officer)를 찾는 과정에서 만난 

'자칭' 연쇄 창업가 남아프리카 출신 백인 남자는 나에게,

"넌 인사과 출신으로서 나보다 뭘 더 할 수 있는데?"라며 지분 50%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개싸가지와의 만남은 이 바닥에서 나의 신분(?)을 철저하게 확인시켜주었다. 


결국 난 이상적인 상황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자위했다. 

생업을 버리며 공동 창업자로 와 줄 개발자를 찾아 프로덕트를 만든 다는 건,  

90살 할매가 애 갖는 것보다 더 힘들것 같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실수: 혼자서 다 하기


첫 목표는 최소한의 기능만 갖춘 제품(MVP)을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에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외부 개발팀을 고용하기 전에 내 아이디어를 시각화하기 위해, UX 디자이너 친구(쌩유 제니언니<3)한테 물어봐서 Balsamiq 이라는 툴을 이용해 처음으로 디자인 도안을 만들었다.


(도안 최종본)

< Institution Page >
< Search Page >


처음 작업이었기에 사이트 개발하는데 얼마나 디테일한 도안이 필요한지 몰랐고, 

혼자 끙끙대며 장장 일주일에 걸쳐 색상 고르는 것부터 폰트, 사진까지 일일이 다 체크하며 도안을 마쳤다.

(알고보니 이렇게 자세한 도안은 오히려 디자이너의 제안을 저해하기도 한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무식해도 이렇게 무식할 수가....

Fiverr 또는 Upwork 과 같이 전 세계 프리랜서들의 기술을 살 수 있는 곳에서는

$5 - $200만 주면 전문가가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2-3일 안에 끝낼 수 있는 작업이었다.

문제는 이 도안뿐만이 아니라, 난 그 어떤 노가다도 Youtube 또는 Udemy를 통해 

공부해서 하나 하나 내 손으로 작업하고 뿌듯해했다. ㅠ_ㅠ


스타트업은 최대한 적은 돈으로 여러 실험을 해야하기 때문에 창업자가 뽀대나는 일만 할 수 없는건 당연하다. 

하지만, 솔로 창업자라고, 아니 솔로 창업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혼자서 모든것을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됐다. 혼자서 잘 버티려면 반드시 전략적으로 ROI (Return on Investment)를 생각해야 했다. 

이 노가다를 통해 난 무엇을 배우려고 하는가? 

줄 이쁘게 맞춰서 도안 만드는 법? 폰트에 따라 변화주는법?

배움이라는 명분하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지만, 그에 따른 결과는 과연 그 가치가 있는 것이었는지 좀 더 냉정히 생각해 봤어야했다. 부끄럽지만 나의 경우는 꽤 많은 부분이 그냥 삽질이었다.


요는, 바퀴벌레같은 생명력을 가지려면 제한된 시간과 돈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노려야 했다는 것.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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