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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플라이 유연실 Mar 11. 2016

Lesson 3: 글로벌 개발자 헌팅

세 번째 실수: 근거 없는 믿음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꺼내어 시각화하고 나니, 난 뭔가 대단한 진전을 한 것 같았다.

진정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나는 속으로,

"이봐, 하면 다 하자나~ 근데 이러다 나 빵(!) 대박나면 어쩌지.. 나도 한국을 빛낸 여성 창업가...?!" 

(전혀 상관 없는 언니 사진)


등 공상에 가까운 상상을 하며 혼자 히죽댔다.

여러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뒤진 끝에 몇 군데의 에이전시를 추렸고,

4-5 개 회사에 내 도안을 주며 견적을 요청했다.

그런데 맨 처음 받은 아래 이메일은 나를 패닉 상태에 빠트렸다. 대충 요약하자면,


"안녕~ 우리랑 일하고 싶니? 우리는 프로젝트당 1억부터 시작해. 이 돈 있음 연락줘~" 요런 내용.


눈 앞이 캄캄해졌다.  

옘병.... 1억이 누구 애 이름이냐... ㅠ_ㅠ

하긴, 대졸 신입 개발자 연봉이 1억 초반부터 시작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난 뭘 기대한 걸까...

회사 다니고 있는 남편을 매일 밤 12시까지 굴릴까? (말은 꺼냈는데 큰 반항이 돌아왔다;;;)

그럼... 애 낳고 집에서 놀 친구를 꼬셔볼까?


각 에이전시에서 비슷한 견적을 받을 때마다 나는 점점 다급해졌다. 마치 지금 당장 개발을 안 하면 누가 당장 내 아이디어로 바로 시작할 것 같았고, 무슨 짓을 해서라도 내가 이 컨셉의 선두에 서고 싶었다.


세 번째 실수: 근거 없는 믿음 


첫 번째 포스트에서 고백했듯이 일단 개발로 돌입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이 프로덕트가 과연 비즈니스로 얼마만큼 가치가 있을지,
여러 각도에서 실험하고 분석해 보지 않은 채 무작정 개발로 돌입한다는 건,

마치 소개팅 한 번에 삘(?)이 꽂혀서 결혼식을 잡는 것과 같은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결혼식, 밀어붙였다.


미국 에이전시들에게 억대 견적 폭탄을 맞은 후,

나는 아시아 및 동유럽 쪽을 탐색했다. 

한국, 중국, 인도는 물론, 불가리아, 유크레니아, 러시아, 폴란드까지.


인터뷰하면서 내가 제일 중요하게 봤던 항목은, 

과연 이 팀이 얼마나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가였다. 

많은 회사들을 인터뷰 한 가운데 폴란드에 있는 한 회사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아직 작은 곳이라 그런지 CEO가 직접 follow-up 하는 것도 좋았지만, 

개발 계획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낙관적/비관적 예상 비용을 첨부한 견적서가 결정타가 되었다.


순진하게도 난 이 견적서대로, 맞춰진 시간대로 모든 것이 착착 진행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길어야 2달 반이라던 개발 기간은 5개월을 넘어섰고, 

뒤늦게야 코딩을 체크하기 시작한 남편은 그들의 실력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 험한 세상에, 

서류 몇 장 제대로 작성했다고 왜 그렇게 철석같이 믿었는지 모르겠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듣도 보도 못한 사람들을 무슨 근거로? 

어찌어찌 MVP라도 완성시켰으니 다행이다만, 

만약 돈만 먹고 잠수했다면? 그냥 그걸로 끝인 거였다.


많은 사람들은 추천을 통한 고용이 비교적 빠르고 안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 개발자를 알거나 고용해 본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너무나도 쉽게 일반적인 고용 단계를 택한다. 

(....나처럼.... ㅠ_ㅠ)


Santa Barbara에서 스타트업하는 내 친구는 

나보다 훨씬 똑똑한 선택을 했다. (@Richard - it's you! ;))

그는 추천을 줄 사람을 자기 주변인으로 한정 짓지 않았다.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한창 핫한 스타트업 CTO에게 무작정 이메일을 보내 

혹시 아웃소싱으로 괜찮은 팀을 썼던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결국 그 회사로부터 개발팀을 추천받아 같이 일하고 있다.


다음번에도 개발팀을 고용해야 한다면 

난 AngelistCrunchBase을 통해 회사를 골라 여러 CEO/CTO들에게 

그들이 알고 있는 좋은 팀을 추천받도로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몇몇 팀들의 이전 고객들에게 따로 연락해 만족도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같은 이유로, 공동창업자나 팀원을 뽑을 때에도, 당사자들이 하는 말 그 자체만 믿는 건 너무 위험하다. 

본인들 스스로는 뛰어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상대방의 만족도는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것은 베팅이겠지만서도, 

최대한 많은 경로를 통해 패를 검증받고 베팅해야 1% 확률이라도 높일 수 있었다는 것.

다음엔 잊지 말아야겠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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