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실수: 나르시즘과 착각
껌이라도 팔아 본 적이 있다면 더 쉬웠을까? 사업할줄 알았으면 진작에 팔아볼 걸 그랬다.
이제와서 쌩뚱맞게 남 영업장(?)에 전화해서 비지니스 제휴 맺자고 말 할 생각을하니 한숨부터 나왔다.
우선 'Kids activities'를 검색해 살펴보니, 샌프란시스코에는 1-6세를 대상으로하는 유아 교육기관이 약 120군데 정도가 있고, 이들의 80% 이상이 1시간 수업에 약 $15 - $25 (₩17,000-₩30,000) 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1회당 3만원이 넘는 사악한 가격의 프로그램들을 빼고나니 약 100군데의 리스트가 만들어졌다.
자... 이제 어쩌지...
(아 맞다, 난 옵션이 없지... -_-)
리스트를 완성한 그날 엑셀 파일 맨 위에 있는 곳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안녕~ 나 유아교육관련 스타트업 시작한 사람인데, 세일즈/마케팅 제휴 제안---"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Not interested (관심없어)" 뚜뚜뚜
허걱.....
영업 전화는 처음인지라, 이렇게 시작도 못하고 몇 번 거절받고 나니 진이 빠져버렸다.
우선 맥주 한 캔까서 들이켰다. 왜지? 내가 자기네들한테는 무료 마케팅 수단인데 왜 말도 듣지 않는거지?
처음 전화를 걸기 전에는 사람들이 내 말을 들어 줄 거라는 전제 하에,
내가 무엇을 어떻게 말 할 것인지 계획했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들은 정보가 전달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내 말에 대해 관심도 없는게 당연하다.
난 그저 그들의 시간을 잡아먹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일 뿐인 것이다.
처음 한 문장이 중요했다.
내가 누구인지 뭐하는 사람인지 말하는 것보다,
그들이 자신의 얘기를 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몇 주간의 시행착오를 겪고 난 첫 문장을 다음과 같이 바꿨다.
"안녕, 나 너네 화요일날 있는 미술 프로그램에 대해 궁금한게 있는데, 잠깐 물어봐도 될까?"
그리고는 기본적인 사항들에 묻기 시작했다.
그 프로그램이 얼마나 인기 있는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등등
그들이 최소 3분 이상 말한 후에야 나는 내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신기한건 이렇게 첫 문장을 바꾸고나니, 사람들이 최소한 내 말을 끝까지 들어 주었다.
하지만 거래를 성사시킨다는건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엄청난 노력이 들었다.
특히나 프로토타입도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들이대니 나중에 웹사이트를 보여주면 생각해 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떻게 꼬셔야지.....?
고심한 끝에 나는 공공의 적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사람들은 대게 연예인 또는 정치인등 싫어하는 공통 분모가 있으면 더 빨리 친해지는 법이니까, 그 심리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너네, 대형 체인점이랑 싸우기 힘들지? 걔네 알고보면 별거 아닌데. 다 마케팅 발이자나~!
알고보면 동네 학원들이 더 맞춤 서비스하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그걸 잘 몰라!"
그러자 상대방은 한숨쉬며 맞장구치고 생각치도 못한 반응이 돌아왔다.
5분을 넘기지 못하던 전화 통화는 어느새 20-30분씩 긴 통화로 이어지곤 했다. 물론 대화가 쉽게 풀린다고 해서 거래가 다 성사된건 아니었다. 돈 얘기가 나오면 산넘어 산이니까.
CEO로서 제일 중요한 자질은 영업일지 모른다.
어차피 모든건 영업이니까.
고객들에게 나의 제품을 팔고, 투자자들과 미래 팀원들에게 비전을 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업이 제일 어렵고 두렵다.
하지만 지난 네 달동안의 영업을 통해 난 소통에 대한 지극히 평범한 이치를 깨달았다.
"It's not about you. It's about them."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리려고 노력하기 보다, 철저히 상대방 생각만 해야된다는 것을.
상대방의 관심, 상대방의 이익, 상대방의 입장에만 집중해야 최소한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말이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