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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플라이 유연실 Mar 30. 2016

Lesson 5: 쫄지마, 아웃사이더!

다섯번째 실수: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

처음 남편의 나라 캐나다에 갔을 때,

남편은 캐나다 문화를 보여주겠다며 날 야구장으로 데려갔다.

(아마 하키 시즌이었다면 하키장 갔을듯)

어느 나라에서도 야구장은 한 번도 가본 적 없어서, 난 야구장이 그렇게 큰 줄 처음 알았다.

또, 마침 캐나다의 숙적 미국과의 대결이라 그 날은 더욱 많은 사람들로 후끈 달아올랐다.


베이컨으로 둘둘만 소세지와 맥주를 안고 흥분된 마음으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을 때,

난 무수히 많은 백인 남자들 숫자에 압도되고 말았다.

'내가 이곳에 산다면 이 사회의 일부가 되는데 얼마나 걸릴까...?'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싱가폴에 살 때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리적으로 보나 머리 수로 보나 일단 '주'는 아시안이었고, 난 그들의 일부였으니까.


하지만 미국에 와서 스타트업계로 들어와보니 이 느낌이 점점 더 강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잔인할 정도로 사실만을 말하는 남편의 친구 왈,

연실, 넌 이 나라에서 아무것도 아니야.
넌 이민자고, 비개발자 출신에, 또 여자야.
넌 남들의 3-4배를 노력해도 될까 말까야.


재수없는 놈..... 하지만 난 이 말에 아무런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모두 사실이니까.


스타트업 네트워킹 이벤트

보통 스타트업 네트워킹 이벤트에 가면 대략 위의 조합이 보인다;

백인 남자 60%, 유색 인종 남자 30%, 백인 여자 7%, 유색 인종 여자 3%.

때문에 어느 이벤트/워크숍을 가던, 동양계 여자 창업가는 나 혼자 이거나 아니면 약 1-2% 정도 있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다른 도시도 이런가? 잘 모르겠다.)


다섯번째 실수: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


솔직히 말해서, 누군가 이 상황에 처음부터 쫄지 않았다고 한다면 이건 거짓말이다.

당연히 쫄게 되있다. 아니, 쫄아도 괜찮다.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아마 개발자 출신에 Stanford MBA를 이력서에 박고 스타트업을 2-3번 경험한 백인 남자도

분명 다른 누군가에 비교해 쫄릴 때가 있을거다.

중요한 점은 그런 쫄림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인지하고 포지셔닝 하느냐이다.

'아... 내가 이런 상황에, 이런 애들한테 쪼는 경향이 있구나'

를 파악하고, 앞으로 어떻게 나한테 유리한 쪽으로 풀어나갈지 전략을 짜는게 중요하다.


실례로, 내가 아웃사이더라는 점에 많이 쫀다고 치자. (두려움 인지)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에 불리한 점은 무수히 많겠지만,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니 그런 것들은 제껴두고,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에 좋은 점을 몇 개 찾아본다. (포지셔닝 탐색)

주류가 아니라는건 그만큼 강력한 유대감을 가진 소수 집단에 진입하기도 쉽다는 뜻이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별처럼 많은 스타트업 커뮤니티가 있고, 매일매일 어딘가에선 Meetup 또는 이벤트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무수한 커뮤니티 중에 내가 유대감을 갖고 일부가 되어 지식 및 경험을 공유를 진심으로 할 수 있는 곳은 과연 몇군데가 있을까? 또 이런 커뮤니티를 찾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을 위해 또 그 네트워킹을 넓히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고려해보면 이런 접근의 용이성은 무시 못할 장점이다.

나는 우선 여성 창업가들을 위한 모임, 교육 관련 스타트업들을 추려서 이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와 네트워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샌프란에 사는 외국인 여성 창업가들의 모임

위의 사진은 내가 처음으로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한 'The Expat Woman' 커뮤니티의 사진이다. 이 자리에서 실제 VC와 앤젤 투자자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비지니스 파트너십 제안을 한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또한, 500 Startups (미국의 유명 액셀러레이터)의 Dave McClure는 인도적 차원이 아니라, 순수 이기적/탐욕적 이유로 투자 회사의 다양성을 중시할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많은 네트워킹이 부족한 외국인 또는 여성 창업자의 경우 대다수 투자자들의 색안경으로 인해 회사의 가치가 저평가 됐기 때문이다. (기사 원본)

이 말은 즉, 저평가 가치주(?)에 더 활발하게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성향을 이해하고 관계를 발전 시켜나가는 전략을 택한다면 무작위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올릴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요는, 누구나 다 속으로는 쫄리는 부분이 있다.

나는 그 두려움을 잘 다스려 나가는 능력이 앞으로의 험난한 길을 계속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친구가 될 것이라 믿는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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