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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플라이 유연실 May 26. 2016

Lesson 9: 작게 더 작게

5개월 넘게 폴란드에 있는 개발팀과 씨름 한 끝에 나는 3월 말/4월 초 Prototype을 런칭할 수 있었다. 우선 인터뷰 웹사이트를 만들기 전부터 인터뷰해온 엄마들과 커뮤니티 그룹에 free trial membership을 뿌렸고, Facebook 광고로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근데 신기한 건 2주가 지나도록 아.무.도 이 free trial membership을 사용하지 않는 점이었다. 사이트에 왔다가 그냥 나가는 사람 비율이 거의 99%였고, free trial 혜택을 받기 위해 회원 가입을 한 나머지 1%도 결국 아무도 실질적으로 수업을 예약하지 않았다. UI가 최적화되지 않닸다는 피드백을 고려하더라도 이 결과는 생각보다 너무 처참했다.

'
공짜인데 왜지? 왜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거지....?'

 

런칭한 웹사이트의 랜딩 페이지


혼자서 아무리 엄마들에게 이메일 보내고 메신저 보내도, 엄마들은 '나중에 사용해 볼게~'라고만 했지, 정말 솔직한 피드백을 주지는 않았다. 아마 모두들 친구의 친구들인 관계로 껄끄럽고 싫은 말을 직접적으로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다음 행보를 고민해야 하는 이 중요한 시기에 나는 advisor 가 될 뻔 했던 한 분과 만나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서로에 대한 기대가 달라 함께하지 못했지만, 이 분은 나에게 중요한 조언을 해주셨다. Facebook 광고나 free trial 뿌리면서 컴퓨터 뒤에 있지 말고 직접 나와서 엄마들과 Focus group meeting을 해 보라는 것이었다. 


난 이 조언대로 평일 낮 브런치 이벤트를 개최해서 나와 내 웹사이트 컨셉에 대해 전혀 모르는 동네 엄마들을 만나기로 했다. 정원 5명씩 3일에 걸쳐 개최한 이 이벤트는 올린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예약이 꽉 찼다. 

페이스북 브런치 이벤트

처음 본 사람들에게 밥과 커피를 제공하니, 이들도 나에게 적극적으로 조언해 주고 싶어 했다. 나는 이 엄마들에게 물었다. '이러이러한 사이트를 런칭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안 써, 공짜인데 왜일까? 뭐 때매 이렇다고 생각해?'라고 물으니 주옥같은 대답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너 애기 없지? 샌프란에 사는 엄마들 대부분 차 없는데,
30-40분짜리 수업 듣자고 유모차 끌고 버스나 택시 타고 딴 동네까지 안 가.
차 있다고 하더라도 이 교통/주차 지옥을 뚫고 가라고? 나라도 안 가겠다.


그렇다!!! 난 서울의 20% 크기밖에 안 되는 샌프란시스코도 작다고 생각해서 샌프란시스코 내에 있는 교육기관들 몇 군데와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샌프란시스코 전체에 걸쳐 드문 드문 있는 교육기관에 다닐 수 있는 통합 멤버십 따위는 이 엄마들에게 전.혀 필요 없는 것이었다. 이들이 필요한 건 이 동네, 본인들 집 근처에 있는 수업, 모임 및 이벤트인 거였다. 하지만 우리 동네처럼 최근에 콘도들이 들어서서, 어린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유아 교육 기관이 거의 없는 동네라면? 


나는 우선 샌프란시스코 내에서도 우리 동네에 있는 엄마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이 엄마들이 필요한 것들을 제공해주면서 신뢰를 쌓고, 이들에게 생각을 공유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그러자, 브런치에서 만난 한 엄마는 내 아이디어에 흔쾌히 동의하면서 자신이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마침 아토피가 심한 자기 아이를 위해서 오가닉 로션을 만드려고 했다면서, 본인이 1시간짜리 수업을 이끌어보겠다고 해주었다!! (쌩유 Cathy!!! ㅠ0ㅠ) 그래서 그녀와 나는 우리 콘도의 커뮤니티 룸을 사용해서, 동네 엄마들에게 $20짜리 수업을 팔아보았다.


수업을 이끈 멋진 엄마 Cathy! :-D


또 Cathy에 이어 전직 트레이너였던 한 엄마는 아기와 같이 운동할 수 있는 meetup을 하고 싶다고 해서 내가 그녀의 수업을 동네 엄마들에게 마케팅해주었다. 


아기의 발달 과정을 설명하는 쌍둥이 엄마 Emily


신기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브런치와 수업을 통해 얼굴을 보고 얘기한 엄마들이 천천히 나의 지원자가 돼주었고, 나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기 시작했다. 내가 서포트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인해 같은 동네에 사는 엄마들과 만날 수 있게 됐다면서. :-)

물론 이런 meetup들은 나에게 있어서 적자다. 하지만 나의 잠재 고객들과 얼굴을 보고 얘기하면서 나는 더 이상 혼자서 짐작하고, 가정하고, 합리화하는 과정을 서서히 줄여가기 시작했다. 아직은 다음 버전으로 어떻게 업그레이드해야 할지, 핵심 기능은 무엇으로 해야 할지, 브랜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미정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샌프란시스코의 엄마들'에게 필요한 제품보다, 당장 우리 동네, 우리 콘도에 살고 있는 엄마들이 좋아하는 서비스에 대해 고민하기로 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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