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구글에 갓 입사했을 때 누군가 내게 물었다, 구글에 들어와서 제일 좋은 점이 뭐냐고. 물론 매일 근사하게 차려지는 식사, 자유로운 근무 환경, 끈끈한 동료애 등도 큰 부분을 차지했지만, 난 무엇보다도 "내 상사와 동료를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이 제일 좋았다. 내가 들어온지 1-2개월쯤 됐을 때, 나의 직속 상사가 부하 직원들한테 익명으로 평가받은 리포트를 공개하는 이메일을 받았었는데, 생각보다 점수가 낮아 상당히 놀랐었다. 더 충격적이었던 점은 그는 자신이 낮게 평가 받은 부분을 솔직히 까고, 그 부분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면서 향후 피드백을 요청한 점이었다.
후지제록스에서도 SAP 에서도, 난 상사로부터 근무 평가를 받기만 했지 상사를 평가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또 동료들이 기피하는 사람이 상사한테 전혀 다른 평가를 받아도 따로 피드백을 전달할 길이 없었다. 그건 상사의 권한이라 생각했고, 그 권한을 탐낼 용기도 없었다. 상사나 동료에게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 잘한 점은 잘했다고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권한, 또 상사 한명이 아닌 다양한 각도에서 내 performance를 평가 받을 수 있는 권리 - 난 그 모든 것들을 부여해주는 나의 세번째 회사에게 정말로 감사했다.
생각해보면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선생님과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배우며 자란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대게 비판을 '갈등'으로 동일시 하는 경향이 있다. 특별히 싸움을 원하지 않는 한, 친구나 동료에 대한 비판은 대부분의 경우 왠만하면 그냥 넘기게 된다. 그 본질이 나와 상대방의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을 주고 받을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건설적인 비판을 "잘" 주고 받지 못하는 것은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여자일 경우 더 심해진다. 이 때문에 펩시의 파워 여성 CEO인 Indra Nooyi는 "우리는 남자들에 비해 서로를 돕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Ref:Women in the World)
나는 가만히 앉아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책과 인터넷으로 혼자 깨우치지 않기로 했다. 나와 생각이 다른 많은 사람들을 통해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과 미국에 있는 여러 창업가분들과 잠재 고객들과 만남을 다시 시작했다. 물론 많은 경우 무시 당했지만, 생각보다도 많은 분들은 쌩뚱맞게 처음으로 Facebook이나 LinkedIn 연락하는 내게, 조건없이 많은 조언을 주었다.
많은 분들 중 나에게 결정적인 따끔한 조언을 준 분은 한국의 중견 스타트업 온오프믹스의 대표님인, 양준철 님이었다. 준철님은 나와 만나기 전에 내가 만들었던 웹사이트를 미리 본 후 조언해 주셨다.
이 제품에는 어떤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포인트가 없어요.
고객들이 왜 이 제품을 써야하는지 그 이유를 줘야되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내가 생각했던 이유가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전달되지 않고 있거나 내가 생각했던 것 만큼 이 제품을 꼭 써야하는 이유가 설득력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몰아쳤다. 아마 준철님을 통해 이런 쓴 소리를 듣지 않았더라면 혼자서 느끼기까지 좀 더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못찾았을지도.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던 나에 대한 비판이 최종 평가가 아니라 중간 점검 임을 잊지말아야겟다. 그렇게 생각하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누군가의 생각을 공유받는 다는 것은 꼭 두려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