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 중에는 한국어 능력이 요구되는 포지션에서, 한국인 메리트를 십분 활용하고 계신 분들이 많이 계세요. 이 분들의 포지션은 현지인들로 쉽게 대체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인들끼리 경쟁하는 경우가 많죠. 이번 포스트에서는 이러한 한국인 메리트 없이, 현지인들과 계급장 떼고(?) 경쟁하고 계신 김정민님의 일본 취업 이야기입니다. 일본인들과 같은 월급을 받기 위해 그들보다 1.5배 이상 노력해 오셨다는 정민님의 고군분투기, 지금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일본에서 Market Researcher로 일하고 있는 김정민이라고 합니다.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는 도쿄에 있는 시장조사기업으로 의료 및 IT 업계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100% 일본계 회사이고 외국인 사원은 저 한 명 뿐이에요. 의료 분야의 경우 주로 제약 회사에서, 또 IT 분야의 경우 일반 기업에서 의뢰를 받아 시장 동향 및 소비자의 니즈를 조사하는 업무를 맡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제약 회사에서 새로운 치료약 / 의료기기를 개발하기 전에 저희 회사로 리서치를 의뢰하면, 저희가 의료 종사자 분들(의사, 약사, 간호사)을 인터뷰하고 분석해서 치료약 평가에 대한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어요. IT 분야의 경우는 기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해, 시장 현황과 향후 동향에 대한 리포트를 발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는 일문학을 전공했었는데요, 저희 과에는 일본에서 공부하거나 살다 온 친구들이 많아서 그 친구들을 따라잡기 위해 일찍부터 유학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1학년 때부터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운이 좋게도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죠. 그렇게 일본으로 와보니 일본은 한국과 너무 달랐어요. 한국에서는 토익이나 자격증에 목매면서 일찍부터 취업 준비에 올인해야 됬는데, 일본에서는 대학 생활을 만끽하는 분위기였거든요. 전 그때 완전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고 그 시기를 정말 재밌게 보냈죠.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 4학년이 되어 부랴부랴 토익을 준비했더니 제 토익 점수는 겨우 졸업이 가능한 수준이었고 웬만한 기업은 엄두도 못 낼 정도였어요. 그래서 일본으로 눈을 돌리려던 차 한국산업관리공단에서 실시하는 해외 인턴 프로젝트를 통해 일본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인턴십은 최장 1년짜리의 비자였기 때문에 그 이후를 생각해야 했어요. 전 외국인이고, 내세울 만한 경력이 없었으니까 처음에는 한국계 회사나 파견직을 위주로 구직 활동을 했었죠. 그러다가 한국무역협회 (KITA)를 통해 한국계 케이블 채널 방송국에 취업하게 됐어요. 전 한국 프로그램의 시청자 앙케이트를 조사하고 분석해서 일본으로 들여오는 기획 업무를 담당했는데요, 이 업무를 통해 자연스럽게 리서치 업계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독학으로 통계사 자격증을 땄고, 그걸 계기로 본격적으로 리서치 업계로 전직을 준비해서 미국계 기업인 닐슨(Nielsen)으로 이직했습니다.
이 두 회사는 완전 달랐어요. 우선 닐슨에서는 영업부로 들어왔기 때문에 업무도 달랐지만, 무엇보다도 일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랐어요.............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