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푸른 새벽빛이 수채화 물감처럼 동쪽에서부터 번져올 시각이면 말티즈 한마리를 안고서 편의점으로 오는 손님이 있었다.
그녀는 늘 애견식품코너를 서성인다. 손가락으로 이것저것 가리키며 어떤 걸 먹고 싶은지 품 안의 강아지에게 묻는다. 그러나 말티즈가 그녀의 말을 알아들을리 없다. 품 속에서 그녀의 목과 턱을 연신 핥아댈 뿐이다. 그녀는 그 작고 까만 코에 키스를 해준다. 한참을 서성이며 몇천원씩이나 하는 간식을 골라주고는 자기 것으로는 고작 900원짜리 따뜻한 캔 커피 하나. 그녀는 미소 짓는다. 그러나 그 미소는 계산대로 다가오면서 점점 사라진다. 그녀는 나를 무서워 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내가 아니라 사람이 무서운 건지도 모르고 어쩌면 지불해야할 상품가격이 무서운 건지도 모른다. 굳은 표정으로 물건을 계산대에 올려두고는 말티즈를 꾹 껴안고 있을 뿐이다.
나는 괜히 툭 말을 걸어본다.
“오늘도 산책 가시는 거예요?”
“아, 아... 네...”
“힘들지도 않으세요? 매일 이른 시간에.”
“네... 그게, 산책을 시켜주지 않으면, 이 아이가 하루 종일 풀 죽어 있어서요...”
그녀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면서도 애써 웃어보인다.
애견간식과 커피를 계산대 위에서 집어가는 그녀의 손목에는 몇 번을 내리그은 칼자국 흉터가 있다. 그 직선들은 언제나 내 마음을 올곧게 내리 긋는다.
그녀가 가고 나면 괜스레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다 나도 밖으로 나와버린다. 아직은 모두가 잠든 시간. 새벽의 거리는 텅 비어있다. 아주 멀리서 그녀가 산책로로 들어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