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는 생성의 철학자이다. 탄생 혹은 생겨남은 인류의 오래된 의문이었다. 창세기에는 창조주가 진흙으로 세상을 창조했다고 했다. 스피노자도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생성 과정을 제시했다. 현상적으로 보면 이런 주장이 그럴듯 하여 보인다. 철학자처럼 과학자들도 생성에 의문을 지녔지만 결론은 달랐다. 그들은 생명체는 우주 역사동안 진화의 결과로 보았다.
진화론이 규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들뢰즈는 반복과 차이를 통해 서로 다른 개체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반복될 때마다 차이는 불가피하므로 동일한 개체는 없다. 당시 시대 조류는 남과 같이 되는 것을 거부했다. 히틀러가 국민을 동일화시켜 전체주의가 나타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들뢰즈는 소수자를 존중하고 동성애자 권리를 확보하려 의도적으로 동일성을 거부했다.
그는 자기 철학의 근거를 스피노자의 생성 이론에 따왔다. 자연 혹은 진흙에서 빚어지는 개체는 항상 다르다. 인간뿐만 아니라 사회도 항상 새롭게 변화되는 도상에 있다. 지식인들은 획일적 정치제도를 거부했다. 그는 호흡기 병을 앓던 중에 아파트를 뛰어내려 죽었다. 그의 철학은 쉽게 태어나고 쉽게 사라진다.
반복적 생성은 개체에게 고유성을 허용하지만 개체 사이에 유사하게 발견되는 종의 개념을 설명하지 못한다. 사람은 사람으로, 개는 개로만 태어난다. 사람들은 유사한 인간종의 특징을 가진다. 진흙에서 쉽게 만들어진 생명체에게서는 나타날 수 없는 오묘함이 있다. 이는 우주 역사동안의 진화의 결과이다.
무작위적 반복을 통한 고유성을 수용할지, 우주 역사 동안의 진화 결과물을 수용할지 독자마다 다르겠지만 과학은 진화를 주장한다. 과학에 토대를 두지 못한 철학은 문학으로서 가치는 있겠지만 세상을 변화시킬 수가 없다.
철학사를 읽다 보면 드뢰즈와 같은 허소리 철학자가 많다. 크로의 철학사냥은 과학적 진리에 근거하여 철학을 전개하고 선배 철학자를 비판한다. 과학적으로 냉철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