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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의 철학

by 정연섭

진선미는 서양 개념이다. 반면에 동양은 사단칠정을 강조한다. 동서양 사이에 중시하는 개념들이 다르다. 저가 크로의 철학사냥을 집필하면서도 진선미와 사단칠정을 대응시키려 무던히 애를 썼다. 사단은 인의예지에 파생되는데 복합적 감정이므로 진선미와 대응시키기 어렵고 또한 칠정을 설명하느라 힘들었다.


동양은 출세하기 위해 접대를 중시했고 위사람의 눈치를 봐야 했다. 따라서 예와 감성에 민감했다. 문제는 위사람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고 착취의 대상으로 삼는다. 동양 문화가 좋은 점도 있지만 착취 문화, 고단한 삶을 생각하면 결코 권장할 철학이 못된다. 감정과 체면에 치우친 한국 문화는 결국 사대주의로 빠졌고 제국주의의 희생자가 되었다.


크로 철학사냥은 돌아가신 철학자들과 대화형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현재 살아 있는 철학자와 대담은 없다. 저는 현존 철학자 철학을 살펴보지는 않았는데 출간하고 나니 이 책의 비판자들은 현대 철학자들이다. 따라서 이 분들의 사상도 수시로 읽어 보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다.


이성 중심의 서양철학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전쟁과 환경 파괴를 가져왔다. 따라서 환경 파괴가 없는 철학을 추구해야 한다. 대안 철학을 찾다 보면 결국 동양 사상이 아니겠느냐라고 제안한다. 특히 서구 유학생들이 한국에 와서는 서양철학 대신 동양 철학을 찾는다. 어떤 이는 주역을 찾고 어떤 이는 동학을 찾는다.


저는 이런 태도가 올바른 태도라고 보지 않는다. 동양이 자연을 중시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문명이 발전하기 않은 부작용이다. 부작용으로 자연 보존이라는 효과를 얻었지만 같은 종족을 노예로 부리는 인권이 없는 사회이다. 보존된 환경이 무지의 부작용이어서는 안 된다. 합리적 이성으로 환경과 평화를 지켜야 된다.


철학이 시대와 지역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보편성을 반드시 추구해야 한다. 합리적 방식으로 자연 현상과 사회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해야 한다. 설명이 어렵다고 예외적 처리에 머물 수는 없다. 본인은 서양 문물을 마시고 국내에서 자리를 잡은 후에는 동양 사상을 강요할 수 없다. 한국 철학이 보편 이성에 따라 세계 철학이 되는 성과를 내야 한다.


크로의 철학사냥은 이성을 최고조로 둔다. 이 철학에서 적용된 나누리틀은 환원과 창발로 모든 현상을 설명한다. 환원과 창발은 나누리틀에서 처음 도입된 어휘도 아니다. 그러나 이전 철학자들은 이 두 어휘를 충분히 규명하지 못했고 잠재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통계적으로 모임 과정을 처리하면 복합체에는 새로운 성질이 창발 된다. 기존 서양철학의 한계를 극복할 방법은 비합리적인 동양철학이 아니라 더욱 합리성을 높이고 절제하는 삶의 태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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