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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섭 Oct 07. 2018

낮은 담 예찬

페북의 친구를 배가하면서

지금 페북 친구는 학교 동문 혹은 회 동료, 원자력 산업계의 동료들이었다. 간혹 페북은 교회 친구들도 자동으로 추천하지만 제 글이 믿음에 도전이 될 성싶어 적극적으로 다가가지는 않았다. 더구나 근무시간에는 페북을 멀리하므로 칠백 여명은 내 역량에 알맞은 친구의 범위였다.

 

최근 학회활동에 간여하면서 내부 수련에 치중하기보다는 외부로도 배운 지식을 힘껏 나누고 싶었다. 사실 제 글이 과학분야에 편중되니 독자층이 엷을 수밖에 없고 친구 부풀리기도 부질없는 시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세를 거쳐 근대까지도 자기주장을 맘대로 펼치지 못했던 지식인과 비교할 때 오늘날의 SNS는 우리에게는 큰 기회이다.


며칠 동안 친구 신청두 눈 감고 클릭 클릭했다. 페북은 거절한 분을 직접 알려주지 않는 방법으로 우리의 무모한 시도를 돕는다. 세상의 인심은 야박하지 않아 낯선 신청을 받아주는 새 친구들도 나타난다. 머뭇거렸던 초기의 기억은 사라지며 우쭐함이 싹튼다. 더 놀라운 현상은 하루 후에 나타났다. 이제는 내가 친구 신청을 하지 않아도 친구 신청이 눈사태처럼 쇄도한다. 새 친구의 친구가 들어온다. 이제는 가속기 대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다.


친구가 늘어나자 게시물 갱신 속도가 늦어지고 다 읽기도 전에 새  게시물이 올라온다. 가볍게 작동한다는 페북 라이트로 교체하고 너무 빈번하게 올리시는 분에게는 거리두기 기능을 적용했다. 상호 호혜의 원칙에 따라 조절하여 눌렀던 좋아요도 이제는 글 내용만 보고 마구 누를 수밖에 없다. 혹시나 절제를 잃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저는 페북 같은 개방에는 글을 적극적으로 올리지만 밴드 같은 폐쇄형에는 마지못해 들어가 글을 보기만 한다. 밴드로 회원 분위기를 조성하는 친구를 보면 존경스럽다. 관심이 없으면 힘든 일이다. 그분들과 비교할 때 저는 누구에나 쉽게 다가가지만 깊게 사귀지 못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개방형이나 폐쇄형에 우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성격에 따라 사람들은 특정 SNS를 선호하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에 고향 갔다 오는 길에 남사 예담촌들렀다가 높은 담을 보고 실망한 적이 있다. 어릴 적 고향 시골은 담이 낮았다. 골목에서 안 마루가  들어다 보이도록 돌담을 쌓았다.  바람이 잠자고 뱀이 볕 쪼이를 하다 숨곤 했었다. 바닥에 뒹구는 돌을 집어 그 틈을 막아가면서 그 돌담은 수백 년을 견디어 왔다. 예담촌의 높은 담은 부부 싸움을 이웃집에 들키고 싶지 않은 양반 나으리의 의도 아닐까? 


그때 내 집에서는 낮은 으리라 다짐을 했고 집을 지고는 나담채로 불렀다. 담은 나와 이웃의 경계이므로 옆집이 높은 담을 우기면 대책이 없다. 다행히 제 이웃은 생각이 비슷했고 더 나아가 넘을 계단까지 놓았다. 담 넘어 일손을 빌리고,  넘어 음식도 나눈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최신 건축자재가 소리를 차단하여 부부간의 고함이 들리지 않으리라 확신하지만 귀 밝은 옆집 아낙은 눈치챈다. 부부싸움이 있은 날에는 이웃이 서먹서먹하다.


나담채라는 집 이름뿐만 아니라 교제하는 조그만 모임의 이름도 낮은담으로 지었다. 쉽게 들어오고 쉽게 나가자는 의도라며 의미까지 부여했다. 물리적 담이 낮다고 서로 공감한 탓에 정신적 유대는 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국내외 여행을 가더라도 개방된 분위기에 대한 선호는 여전하다. 대형마트에서는 짐꾼으로 졸졸 따라다니지만 전통시장에서는 유세 나온 후보자처럼 누구라도 손을 잡고 싶다. 만나는 사람 모두가 우리 어머니 같다. 지난 주일에 갔던 대전 중앙시장도 역동적이고 정이 넘쳤다. 그냥 올 수가 없었다. 먹자골목의 노상 탁자에 앉아 즐기는 한잔의 맥주는 내가 서민의 아들임을 일깨워준다.



모두가 이쯤이면 도둑을 걱정하고 있을 성싶다. 낮은 담에서는 숨을 수가 없으므로 오히려 도둑이 없으며 우리 강아 지킨다고 주장하지만 좋은 분들 오고 가며 남긴 향기가 나쁜 침입을 막는다. 사실 한 가정이 무너지는 이유는 외부의 도둑보다도 내부의 갈등 때문이다. 페북도 외부의 공격보다는 과장된 나의 글로 망한다. 댓글로 미흡한 글을 덮어 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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