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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섭 Oct 21. 2018

가고 섬에 대하여

속도는 질량에 반비례한다.

인터넷 초창기부터 나는 자유전자란 필명으로 글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녔다. 학업을 위해 여러 도시로, 연구위해 여러 기관을 옮겨 다닌 탓에 가 성이 되고, 전자 궤도 계산으로 학위를 받은 탓에 전자가 이름이 되었다.


자유전자는 구리 원소로 구성된 도체에서 전하를 나르는 운반체이다. 구리 원자의 최외각 전자는 원자핵에 느슨하게 잡혀 있는데, 구리 도체에서는 원자핵 구속을 벗어나 자유전자가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생명현상의 근원이 되는 화학반응도 자유전자의 마술이다.


며칠 전에 내진 구조물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다. 경주 지진 이후 원전 구조물이 보강되었지만 국민의 우려는 끝이 없고 엔지니어도 덩달아 고민한다. 보강 전후 상관없이 지진에는 집보다 원자력 발전소가 더 안전하다는 주장은 허튼소리가 아니다.  이 세미나에서도 배관을 고정하는 버팀대를 소개하며 튼튼하다고 자랑을 하기에 의문이 들었다. 갈대가 강풍을 견디는 데는 뻣뻣함보다는 유연함에 있지 않는가? 그제야 흔들림을 완충하는 자바라 배관도 있다고 했다.


국회 청문회에서 과속 과태료로 혼줄 난 후보자를 보았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저도 한번 30만 원의 과속 과태료를 연체한 적이 있다. 카메라를 의식 않고 내비도 없이 안 걸릴 정도의 정속 주행을 하지만 내리막 길에 설치된 카메라에 간혹 찍히곤 했다. 목돈 아까워 과속 버릇을 고칠 수 있다연체 핑계를 댔다. 몇 푼 되지 않는 출장비를 경찰청에 고스란히 바친다고 했더니 동료가 말했다. 과속 카메라 앞에 2개의 선이 그어져 있는데 차가 두 선  통 시간을 재어 속도얻는다고 했다. 저도 선을 본 적은 있지만 믿을 수가 없었다. 도플러 효과 순간 속도바로 얻을 수 있는데 원시적 방법을 동원할까?                             


물리 시간에 우리는 위치를 먼저 배우고, 이동한 거리에 시간을 나누어 속도구한다. 즉 정적인 위치에서 동적인 속도파생된다. 과학의 개념을 쌓아가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속도를 파생 개념으로 배운 사람들은 정지된 물체를 이동하는 물체보다 안정하게 생각한다. 대체로 맞지만 예외가 있다. 몇 번 넘어지고나면 달리는 자전거가  자전거보다 안정하다고 느끼게 되는데 이것도 예외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원자와 같은 미시 세계로 들어가면 속도나 위치가 동등하다. 빛의 광자나 전류의 전자는 정수 없고 향상 움직인다. 일반적으로 질량이 적어지면 속도는 증가한다. 질량이 없는 빛은 광속이 된다. 물질들은 온도를 낮추면 운동이 잦아들지만 광자와 전자는 그래도 멈출 수가 없다. 태어날 때부터 움직이도록 운명 지어져 있다. 간혹 전자나 광자를 포획했다는 기사를 보지만 이것도 작은 공간에 가두었다는 뜻이며 정지시켰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가나 조직은 개인의 자유정지시키려고 한다. 근대 철학은 개인의 자유 일부를 국가에 위임시키는 근거를 제공하였고, 수정 자본주의도 게걸스럽게 사욕을 채우는 개인에게서 자유를 제한한다. 자연의 원리에 비추어보더라도 어긋난 정책은 아니다. 다만 입안자들이 개인의 자유가 먼저이고 제한은 나중이라는 원칙을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는 가출한 적이 없는 범생이지만 과학에서는 자유전자처럼 도전을 즐긴다. 사람들은 과학기술을 꺼리고, 과학자도 전공분야로 들어가면 더 어렵다고 엄살을 부린다. 어디 과학뿐이겠는가?저는 월드컵 응원가인 '대~한 민국'의 박자를 못 맞춰 두 딸에게 일부러 그런다고 핀잔도 들었다. 모든 사람에게 특정 재능이 있으며, 어떤 사람에게만 과학재능이 있다. 수학, 물리, 화학, 생물의 기본적인 원리를 습득하면 어떤 과학활동이든 즐거운 사람이 있다. 저도 일주일 정도의 문헌을 조사하면 어떤 과학기술 분야든 최고 전문가 행세를 할 수 있다.  이 또한 저뿐이겠는가? 이제까지 역량 있는 과학자가 후발 그룹에서 보조를 맞춰왔다면 지금 선두로 치고 나가야 할 이다. 과학을 중흥시킬 시대이다. 다만 잊지 마시라. 선발 그룹의 속도는 나의 과학지식에 비례하고 게에 반비례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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