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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를 움직이는 손

가상화폐의 작동 방식을 고려한 대응 방안

by 정연섭

2000년 초 IT 광풍이 불 때 상한가를 친 몇 개 주식에 투자했다가 상장 폐지되는 바람에 손해를 본 적이 있다. 덕분에 요즘에는 시가총액이 많고 경기회복이 기대되는 주식에 투자하는 성향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투자성향을 측정하면 나를 공격적인 투자성향으로 분류하고 있다. 퇴직 연금도 DC형으로 일찌감치 전환하였고 주식형 비율이 70% 육박하는 것을 보더라도 공격형 성향은 잘못된 진단이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퇴직연금으로 주식에 투자하면 주가가 올라간다는 나의 순진한 생각도 DC에 든 이유였다.


저는 주식, 과학, 정치, 사회 등에서 변화와 가치 창조를 추구하는 편이다. 가상화폐 광풍 뉴스를 접하면서 가상화폐가 창조하는 가치를 살펴보았다. 과학자이고 프로그래머의 본능은 Block Chain과 가상화폐 채굴에 꽂혔다. 거래내역을 중앙으로 집중하기보다는 여러 곳에 분산시키면 위조가 어렵다는 아이디어가 Block Chain으로 발전되었고, 가상화폐로 거래를 할 때 거래내역을 안전하게 Block Chain에 올리는 자에게 수고비로 몇 푼 집어 준 적선이 가상화폐 채굴로 명명되고 있었다. 새로운 가상화폐 도입 초기에는 중계인의 경쟁이 약해 쉽게 채굴했지만 요즘에는 경쟁이 심해 컴퓨터 전기료도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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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거래에서도 등기부 등본을 변경하기 위해 수수료가 요구되듯이 가상화폐를 통한 거래 시에도 거래내용을 Block Chain에 기입하기 위해 비용이 수반된다. 등기부 등본 거래는 거래 당사자가 비용을 지불하지만 가상화폐에서는 거래 당사자에게는 수수료가 없다. 대신에 가상화폐를 유지하는 시스템이 그 비용 댈 수밖에 없는데 유인책으로 채굴권을 준 것이다. 초기에는 채굴 효율이 높기 때문에 광부(?)들이 몰려들지만 후기에는 채굴 효율이 나빠 광부들이 떠날 수밖에 없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두 번째 유인책은 가상화폐가 가격 상승한다는 기대심리이다. 가상화폐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물건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 곳으로 몰려가면 가격은 상승할 수 있다. 자신을 파멸로 이끌 목적지라도 한 방향으로 쏠릴 때에는 공급 수요의 법칙에 따라 귀하여 여겨진다. 군중을 끌어들이는 마중물 역할만 하고, 목적지에 다 따르기 전에 뛰어내릴 수가 있다면 큰돈을 벌 수도 있다. 가상화폐가 4차 산업혁명 기술이라고 교묘하게 속이면 군중들은 더 이상 머리 쓰는 것이 귀찮아 따라갈 수 있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세 번째 동력은 제도권이 가상화폐 시장이 붕괴되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이다. 비록 잘못된 판단으로 가상화폐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최종 상투를 잡은 사람들이 빈털터리가 되도록 홀대하지는 않을 것라는 기대이다. 지금도 정부 개입을 바라는 가상화폐 단체들이 있는데 정부가 기 발행된 가상화폐의 보증을 서주거나 후발 가상화폐 진입을 막아 달라는 의도로 보인다.


그럼 가상화폐가 철저히 나쁜 것인가? 사회에 경제적 이익 창출은 없지만 우리가 누리는 일부 제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카지노나 경마 등도 경제적 가치는 없지만 재산의 재분배, 게임을 통한 갈등 해소(?) 측면에서 일부 용납되는 제도이다. 특히 가상화폐가 4차 산업 혁명기술을 견인한다면 과학기술적 가치는 있지 않을까? 저도 블록체인에 적용된 Hash 함수의 학술적 가치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피아니스트에게 피아노 옮기는 작업을 부탁하는 수준이다. 즉 기술의 깊이는 없고 오히려 수학자를 우롱하는 일이다.


분석 후에 내린 결론은 저라면 가상화폐를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에게 뭐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투자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나중에 가상화폐 문제를 최소화시키려면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드네요.


1. 현 가상화폐시장이 가열되면 새로운 가상화폐를 무한정 발행한다. 그러면 현 가상화폐는 가격이 하락한다.

2. 경마시장 규모 정도의 가상화폐시장이 형성되도록 유도한다.

3. 300만 원 한도에 투자금액의 30%만 제도적으로 원금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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