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불리지 않은 마음의 자리
어떤 남자분의 글을 읽었다.
어머니 기일마다 꽃 한 송이를 두고 온다는 이야기였다.
말은 많지 않았지만,
그 사람의 하루와 마음이 고요히 남아 있었다.
그 글을 덮고
나는 한동안 ‘엄마’라는 단어를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면,
그 단어 앞에서 나는 늘 멈춘다.
나에게는 세 명의 엄마가 있다.
나를 낳아준 엄마,
잠깐 나를 키워준 엄마,
그리고 아이 하나 없이
아빠만 바라보며 마흔 해를 살아온 엄마.
그렇지만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엄마’의 감정을 잘 모른다.
영화 속에서,
드라마 속에서,
혹은 친구들의 이야기 속에서 흘러나오는
그 절절한 마음이
나에게는 닿지 않는다.
어린 시절,
친엄마를 막연히 그리워하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엄마를 만나고 나서는
이상하게도
‘엄마’라는 느낌이 더 흐릿해졌다.
그리움도 아니고,
원망도 아니다.
아무 말도 붙지 않은 감정.
비어 있는 자리처럼 느껴질 뿐이다.
사람들이 엄마를 떠올리며 울 때,
나는 그 마음이 어떤 모양일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가끔
내 감정이 너무 메마른 건 아닐까
혼자 묻는다.
그런데 나는 또
영화 한 장면에 오래 울고,
누군가의 사정에 쉽게 마음이 움직인다.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그래서 더 이상하다.
나는 분명 감정이 많은데,
왜 ‘엄마’ 앞에서는
이렇게 조용해지는 걸까.
요즘은
이렇게 생각해 본다.
어쩌면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아직 이름을 얻지 못한 마음이
그 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그리워하는 법도,
미워하는 법도 배우지 못한 채
그저 지나온 시간.
그래서 지금은
억지로 느끼려 하지 않는다.
남들처럼 그리지 않는 나를
설명하려 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 마음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언젠가
이 감정에도
이름을 불러줄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