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정하지 않기로 한 선택
“착한 코스플레이 하지 마.”
그 말은 예고 없이 왔고,
나는 생각보다 오래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한 문장이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오래 붙잡을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누군가 혼자 있는 것 같으면 마음이 먼저 쓰이고,
도울 수 있으면 굳이 이유를 만들지 않는다.
그건 전략이 아니라 성향에 가깝다.
그래서 그 말 앞에서
나는 나를 의심했다.
내가 보여온 태도가
누군가에게는 계산처럼 보였을까.
진심이 가면처럼 보였을까.
그분은 말했다.
착한 사람보다,
거침없어도 일을 잘하고
성과를 내는 사람이 좋다고.
사람들이 따르는 사람이 리더라고.
그 말은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이
나에게는 ‘지금의 나는 부족하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그날 이후,
그분에 대한 믿음과 신뢰도 함께 흔들렸다.
나는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보다,
내가 나로서 이 일을 할 수 있는지부터 묻게 되었다.
결국 하나를 선택했다.
이 일은 계속하되,
나를 부정하면서까지 하지는 않겠다고.
친절함을 약함으로 여기지 않기로,
배려를 성과의 반대편에 두지 않기로,
유쾌했던 나를 다시 숨기지 않기로 했다.
나답게 산다는 질문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정답은 없고,
오늘의 선택만 있다.
다만 분명해진 건 하나다.
나를 작게 만드는 말 앞에서는
멈추고,
다시 나를 선택하기로 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