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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권하는 냐옹이 Mar 04. 2023

인류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탄소로운 식탁』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탄소를 뿜고 있다

인간은 자연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할 때가 많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표현만 봐도 그렇다. 인간은 모든 존재의 위에 있으며, 욕심이 지나쳐 지구를 아프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구의 미래'를 위해 온실가스를 감축하자고 말한다. 착각이다. 기후변화로 위기를 맞는 건 지구가 아니라 우리다.


비건을 지향하는 지인이 점점 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비건이라고 하면 조금은 특이(?)한 사람이란 인식을 준 게 사실이다. 식당에 가거나 회식을 할 때도 동행자를 약간은 난감하게 만드는 멤버랄까? 우리 사회가 본디 Normal을 벗어나는 순간 불편해지는 게 많은 곳 아니겠는가.


하지만 환경에 대한 우려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비건은 더 이상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다과나 식사가 곁들여진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면 참가자 중에 비건이 있는지 미리 확인해 보기도 하고, 내가 참여하려는 다른 조직 행사의 신청서에도 비건인 분들이 자신이 비건이라는 정보를 주최 측에 미리 알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일행 중 비건이 포함되어 있어도 모임 장소 정하는 게 어렵지 않다. 물론 아직은 서울에 국한된 환경일 수 있지만 곳곳에 비건 식당이 있고, 실제 이 음식이 비건인지 아닌지 모르고 먹으면 그냥 맛있는 음식으로 여겨질 정도다. 이렇듯 비건이라는 가치의 향상과 더불어 육식은 지구 환경을 망가트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나는 식생활에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채소의 비중은 높이고 있다).




<탄소로운 식탁>이라는 책을 알게 된 건 2022년 가을, 기후솔루션 (SFOC_Solution For Our Climate)이라는 기관에서 세계 기후 행동의 날을 기념해 진행한 '지구가 더워가지구'라는 전시를 우연히 방문하게 되면서다. 기후 위기를 강력히 체감할 수 있는 자료와 영상 등과 함께 전시된 추천 도서 중 이 책이 특히 눈에 띄었다.


 

위에서 말한 대로, 흔히 환경 문제와 연관해 육식의 문제를 다룬 책이 많다. 여타 책과 달리 이 책은 말 그대로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 축산, 농업, 어업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다루고 있다는 게 색다른 점이다. 채식이 환경 문제를 일정 수준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농업 분야에서도 질소 비료 사용량 증가 등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존재한다. 또한 채식이 환경 문제를 일정 수준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전지구인이 채식으로 전환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현재의 축산시스템을 환경적으로 대체한다는 평가를 받는 대체육 산업 또한 또 다른 측면에서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엔트로피? 인간이 지나가는 자리는 망가질 수밖에 없는 건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생존에 필요한 만큼 적정한 섭취는 이미 상상할 수 없는 시대이고, 인구증가와 더불어 먹는 즐거움을 충족시키기 위한 대규모 산업화가 끊임없이 서로를 강화하는 뫼비우스의 띠가 된다. 하지만 비록 아직은 비주류이나 환경을 지키기 위한 연구와 시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약간이나마 희망도 가져본다. 근거 없는 희망일 수 있지만, 인류는 결국 답을 찾아낼 거라 믿는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카테고리에도 지구 환경 변화를 경고하는 콘텐츠가 많다. 인류세, 6번째 대멸종에 대한 메시지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머리로는 이해하나 행동의 변화는 쉽지 않다. 핑계일 수도, 그게 나약한 인간들의 운명일 수도 있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개개인의 행동은 영향력이 극히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는 모든 에너지를 토해내는 운동선수처럼, 완벽하진 못하더라도 뭐라도 노력한 세대로 기억되어야 하지 않을까. 티끌 모아 티끌이 될지, 티끌 모아 태산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 책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방대한 분야임에도 연재 기사를 읽듯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기술했다는 점이다. 청소년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실제로 기자이기도 한데, 기자의 정보 수집력과 정리 역량이 응축된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추가로 <패스트푸드의 제국>, <육식의 종말>, <잡식동물의 딜레마> 등 그간 읽어 온 책을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한 순간에 내 생활 방식을 변경하는 건 어렵지만, 독서를 통해 경각심을 느끼고 변화의 의지를 다져가는 것 자체가 우리를 위한 길이라 본다.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멸종한 건 지구에 사는 생명체일 뿐 지구는 언제나 지구 그 자체였다. 지구에 입주한 여섯 번째 세입자인 현재의 인류에게 지구만큼 좋은 거주지가 어디 있겠는가. 지구는 괜찮다. 지구에겐 문제없다. 우리가 문제고, 우리에게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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