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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부 Nov 27. 2024

고맙지만 반갑지는 않은 콧줄

코로  밥을 먹기로 했다

션트 재수술 이후,

입 안 감각이 없어 씹지를 못하겠다던 오빠


삼킴 근육까지 점점 약해지다가

미숫가루를 먹고도 자주 사례에 걸렸다.


결국 다시 연하검사를 했고

바로 콧줄을 끼는 상황이 발생했다.


콧줄을 낀 환자들을 보면

너무 아파보여서

오빠가 콧줄 안 끼고 맛있는 음식을 입으로 먹었으면 했는데

막상 요즘 거의 굶다시피 하던 오빠를 보며 속상했는지

콧줄이 그리 밉지만은 않았다.


콧줄 꼈다는 그 사실 자체보다는

콧줄 끼고 속상해하는 오빠를 보는게

훨씬 마음이 아팠다.


수술하기 전,

수술하고 일어나는 이벤트들을 겪으며

수술을 후회하지 않겠다고

무수히 다짐했었는데

못 먹고 약해지는 오빠를 보면서

맞는 선택이었겠지 라는 생각이 드는게

인간은 참 금붕어 같다.


더 잘 극복할 수 있을거라고

힘내보라고 하기엔

너무 고생하고 있는 오빠의 하루하루들


지쳐 포기할까봐 걱정이 되면서도

또 너무 무리하게 힘내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동시에 든다.


나도 사실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휴직을 하고

내 이름은 잃은 채

그저 남자친구의 보호자로 불리는 삶을 산지

벌써 반년이 되어 간다.


오빠가 좋아지는 모습은

나를 버티게 하는 버팀목이었지만

요즘 약해지는 오빠를 보며

나도 한없이 약해졌다.


병원에서 매일 먹고 자는게

정말 쉽지 않다.


나보다 오래 보호자 생활을 한 분들이

정말 존경스럽다.


조금 더 힘들면

회사가 낫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요즘은 그 정도로 몸도 마음도 힘들다.


점점 약해지는 오빠를 보는게

마음이 가장 힘든 것 같다.


오빠는 얼마나 힘들까

바라봐주고 오빠만 걱정하기에는

요즘의 나도 많이 힘든 것 같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이 있듯이

내가 행복해야 오빠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데

한없이 우울해지는 내 자신이 버겁다.


오빠가 나를 정말 필요로 할 때,

옆에 있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은데

지금이 정말 가장 필요한 때는 맞는지

많은 생각이 든다.


미래를 보지 말고

하루하루 현재를 보며 살자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요즘은 현재도 힘들어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야하는지 걱정이다.


그래도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오빠를 보며 힘내야 하는 오늘이다.


다시 또 지금을 극복하는

하루하루를 글로 담아보는 날이 오겠지.


좋은 날 올거니까 오늘도 힘을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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