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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리 Jul 09. 2022

사립유치원으로의 이직은 옳은가?

열정, 용기와 안정 사이의 갈등



  이번 주 메이트 선생님 중 한 분의 휴가로 인하여 또 다른 짝꿍 선생님과 교실을 운영하는 날이 있었다. 그리고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가 발생해 지도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 모두 적잖이 현타를 느껴야 했다. 식사시간에 포크를 던지고, 씩 웃으며 양손을 들어 반복적으로 흔들고, 입고 있던 옷을 일부러 국그릇에 빠뜨리려 하고, 가까이 앉아서 먹으라는 교사의 말에 반대로 뒤로 가거나 자리를 이탈해 멀리 도망치고. 바구니에 정리하라고 바로 옆에서 기다려주는데도 반대로 그 놀잇감을 던지고, 양치할 때 수건을 던진 전적이 있어 던지지 말라고 경고하니 또 웃으며 수건을 던지고, 오후 간식시간에도 간식으로 나온 떡을 일부러 눈치 보며 책상 위로 굴리는 아이. 학부모도 특별히 예민해서 초임인 나로서는 단호하게 이 아이를 훈육했다가 가정에 간 아이가 '연의 선생님 싫어'라고 할까 싶어 안 그래도 조심스러운데, 그렇다고 안전과 연결되는 문제를 그냥 무시하는 방법으로 지도할 수도 없고.


 일부러 교사의 화난 기분을 알면서도 반대로 행동하는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짧지만 억겁의 시간 같았던 하루 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교사로서  아이에게 담임교사라는 인식이 부족한가?  아이와 일대일로 소통하며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해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인가? 또는 다른 메이트 선생님 앞에서는  정도로 하루 안에 잦은 장난을  일은 없었는데 내가 우습게 느껴지는 걸까?  단호하게 정색하고 훈육하는데  웃으며 반대로 행동하지? 훈육이  통하는 기분인데  원인은 무엇일까? 집에서 완전히 부둥부둥 공주 대접만 받아와 훈육 상황을 견디지 못해, 회피하고자 하는 방어기제에서 나온 행동인가? 가정에서는 시터 선생님이든 부모님이든  어르고 달래 가며 기분 상하지 않도록 돌봐주었을 테니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시위인가? 그럼 안전 관련 문제도 무시하는 방법으로 대응해야 하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민이 더해져 갔다.


 교사로서 단호하게 훈육해야 할 상황이 때론 존재한다. 그러나 때론 일부러 그 상황의 전말까지 학부모님께 상세히 전달하지 않기도 한다. 교사도 사람이기에 인간 '우리'로서 느끼는 화의 감정까지 전달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날은 교사가 아닌 인간으로서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아이들의 숟가락에 담는 밥알처럼 꾹꾹 눌러 담아야만 했다. 낮잠시간에 모든 아이를 재우고 메이트 선생님과 속삭이듯 대화하며 찰나의 시간 동안 고민의 대화를 나눴다.


 이 아이의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이 문제인가.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나는 버틸 수 있는 걸까. 퇴사를 고민할 정도로 같이 화의 감정을 느끼셨다는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나 역시 다르지 않았기에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안 그래도 최근 여러 만남으로 인해 이직에 대한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두고 있는 터라, 이 연령이 내가 안 맞는 것이라면 유아반만 있는 유치원으로의 이직도 도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어릴 때, 연차가 적을 때 가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조금 멍청한 말이지만, 내가 다니는 직장을 향해 꽤나 좋다고 말하는 지인들이 많다. 급여적인 부분, 휴게시간의 활용, 연차 사용, 동료교원의 분위기, 출퇴근 시간, 규모 및 체계성, 교재교구비 예산 문제 등 다양한 부분에 있어 처질 것이 없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굳이 이런 기관을 떠나 어쩌면 급여도 적고, 출퇴근 시간도 10시간에서 11시간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으며 각종 체계 잡히지 않은 주먹구구식 행사와 교사의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 원내 시스템으로 인해 고통받을 수 있는 선택지를 왜 고민하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립유치원의 이직의 가능성을 현재는 열어두고 있다.


 내가 가진 열정과 용기는 솔직히 말하면 지나치거나 오만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생활 처음 몇 년 동안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고 마음일 것이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냥, 내가 다니는 이 기관의 전반적인 것은 모두 마음에 드는데 이상하게 이 연령에 마음이 착 붙질 않는 기분이다. 나도 영아가 잘 맞아서 이 기관에 눌러앉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런데 계속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바라던 교사가 이게 맞는가에 대한 고질적인 영아반 교사로서 느끼는 딜레마. 코웃음 나게도, 초임 첫 해를 영아반 교사로 시작하게 된 것이 좀 아깝다는 생각도 했다. 내 머리를 혹사시키고 고민해가며 놀이 계획을 짜고 수정하고 확장해주고 싶은데, 대학 시절과 임용고시 공부를 하며 배운 전공지식들을 죄다 활용하지 못하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이 기관이 내게 아깝다기보단 이 기관의 영아반이 내게 좀 아쉬운 자리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남들이 다 별로라고 말하는 진흙탕을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심정도 썩 기분 좋지 않다. 나는 나대로 이것이 답이라고 생각하여 들어온 곳을 떠나야 하는데, 이건 누군가에게 내가 틀렸다고 시인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아교사가 내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현재 맞게 살고 있는가에 대하여 고민이 깊어졌다.

 

호봉을 잘 챙겨준다는 사립유치원, 회사 정직원으로 입사할 수 있는 게임회사 직영 어린이집, 현재 기관에서의 잔존. 난 올해 말에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 그리고 어떤 길을 택하게 될까.


2022.07.09.AM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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