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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리 Jul 31. 2022

K-학제와 만 5세의 초등학교 입학

교사에게도, 학부모에게도, 유아에게도 좋을 것이 없는 현 상황에 대하여.

금요일 저녁 무렵에 속보로 뜬 뉴스를 보고 퇴근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 5세, 한국 나이 7세 유아를 이르면 2025년부터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방향으로 학제를 변경하겠다는 뉴스였다.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였으며 현재는 직장어린이집에 재직 중인 '영아반'교사로서 느껴지는 허탈감에 대해 서술해 보고자 브런치를 열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만 3-5세(한국 나이 5-7세)를 교육하는 기관은 보건복지부 소속의 어린이집과 교육부 소속의 유치원으로 이원화되어 있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2015년부터 '3-5세 연령별 개정 누리과정'이 도입되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둘 다 똑같은 교육과정 운영하는데 뭐가 다른 거야? 왜 나뉘어 있는 거야?'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계셨으리라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관할 부처가 다르고 교사 양성과정이 달랐기 때문이다. 교육의 목적을 가지고 설립된 기관인 유치원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유치원 2급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며, 이는 3,4년제 이상의 대학교 유아교육과를 재학하고 교직과목 및 실습을 모두 이수해야만 가능하다. 한편, 부모의 일과 양육의 공존 및 병행을 돕기 위한 복지 차원에서 '보육'을 주목적으로 두고 설립한 기관이 어린이집이다. 이러한 목적 아래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기 위해서는 '보육교사'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며, 이는 관련 과목을 이수한다면 아동학과, 사회복지과, 아동 가족과, 보육과 등에서도 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더불어 평생교육원이나 학점은행제, 사이버교육 등을 통해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도 있기에 단시간 내에 상대적으로 손쉽게 취득이 가능하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설립되었으며 양성과정 자체가 다른 두 기관의 갈등은 오랜 시간 해결되지 못해 온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에게 있어 유보통합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생각하면 반박의 여지 또한 없다. 그러나 내가 접한 뉴스는 이런 고질적인 문제와는 동떨어진 이야기였다. 내가 본 것은 그저 생산가능 인구를 늘리고 아동수당을 감소시키기 위해 K-학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밖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수요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는 공식 의견을 들었으나 '반발이 많다면 철회 가능성도 있나?'라는 앵커의 질문에 '그건 아니다'라는 답변을 하고 있었다. 이미 공식화되어 진행 예정이라는 것을 단순히 공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무력감이 나를 급습하는 기분이었다.


 아이들의 측면에서도, 학부모 측면에서도, 교사의 측면에서도 좋지 못한 방법임이 틀림이 없었다. 적기교육을 받아야 하는 시기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도, 코로나 시대에서 자라며 기본생활습관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아이들이 지식 위주의 교육을 1년이나 일찍 받게 된다는 것도 희생양이 되는 것처럼 느껴져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학부모 측면에서는 오히려 어머니의 부담이 더 늘어나겠구나- 생각했다. 초등학교는 유치원에 비해 교육시간이 짧아 이른 하원을 하게 된다.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돌봄 교실이 잘 구성되어 있다 한들 경쟁률도 높고 학부모의 늦은 퇴근시간까지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아이들은 학원을 다니며 학부모의 퇴근을 기다려야 하는데, 이는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에 가깝지 않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실제 학부모(어머니 쪽)가 육아휴직 및 퇴직을 많이 하는 시기 중 하나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시기이다. 오히려 유치원 때보다 더 긴밀한 케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게 과연 부모들 입장에서도 좋은 것일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도 많다는 생각이다.


더불어, 교사들에게는 더없이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유아기에는 놀이를 통해 배우는 것이 이 아이들의 발달 특성에 적합하다고 하여 교육과정이 개정된 것이 바로 엊그제이며, 이름마저 '2019 개정' 유치원 교육과정이다. 그런데 놀이중심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하던 연령의 아이들을 지식중심으로 학습하도록 하는 초등학교에 보낸다니. 교사로서 참담한 심정이었다. 7세를 초등학교에 보냄으로써 생기는 부수적인 문제가 또 유보통합이다. 유치원 교사들은 유아교육을 전공한 유아교육 전문가들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손쉽게 취득할 '수도' 있는 보육교사와 자격을 동일하게 만들어 통합한다는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직업이든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의 수가 적으며 한 사람당 맡게 되는 인원 수가 많아질 때, 직업의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그래서 의대/교대 등의 정원의 증가 및 감축에 많은 전공자들이 예민해지는 것이다. 보육교사 자격증은 유치원 정교사에 비해 굉장히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자격증을 통합시킨다는 것은 현재 대학을 나와 유아를 교육하는 정교사들에게 역차별이 되는 상황이 아닐까.


 유아교육과를 나왔으나 보육교사 자격증을 살려 어린이집에 근무하고 있는 현직 교사로서, 나는 이런 방식의 유보통합을 원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합쳐지게 되더라도 교사의 자격 기준을 동일화시키는 것은 절대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며, 교육의 질을 자칫 떨어트리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 이후에 진행되는 절차가 아닌 속보로 접하게 된 유아교육계의 개편은, 나에게 업무적인 효능감뿐 아니라 직업 만족도마저 떨어트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4년간 그렇게 전문성을 키운다고 공부하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길러왔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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