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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리 Jun 11. 2022

완벽한 것

완벽한 교사가 되는 것과 완벽한 기관을 만나는 것



  완벽한 교사가 되는 것은 생존기 초임에게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일이다. 이는 유아교육 분야고 아니고를 막론하고 어느 직업 어느 분야에서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욕심부려서 될 게 있고 안될 게 있다는 것을 알지만 완벽한 교사가 되기 위해 고민하는 이 시간 자체는 의미 있고 가치로운 것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만큼, 내가 노력만 한다면 근접하게나마는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완벽한 기관은 과연 만날 수 있을까? 내가 현재 재직 중인 기관도 워낙에 유명하고 정평난 사업체의 직장어린이집 이건만, 그럼에도 완벽하다고 느끼지는 못한다. 완벽을 구성하는 조건이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다지만, 어떤 딜레마 상황에서 흠결 하나 없는 '최선'을 찾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딜레마라는 단어가 생긴 것일지도 모르겠다.


  돈을 더 벌고 싶어서 이직을 고민하다가도, 안정성 면에서 이보다 더 괜찮은 조건을 지닌 곳이 없기에. 또 꿈꾸었던 향후 계획을 엎는다. 그러나 머지않아 다시 더 괜찮은 곳을 만날 수 있지는 않을까. 내가 이 소중한 교사 인생을 이 기관에만 바쳐도 되는 걸까, 하는 잡념들이 머리 안을 뒤흔드는 것이다. 국가 호봉을 주는 사립유치원의 복지와 현재 재직 중인 기관의 복지를 비교하고, 급여를 가늠하며 장단점을 늘어놓는다. 그러면 결론은 언제나 '일장일단이 있다'이다. 그렇다면 내가 최대한 실패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단지 점심 메뉴를 고르고 맛없으면 말자- 정도를 논하는 문제가 아닌 나의 생업과 어쩌면 스펙, 그리고 커리어와도 연결될 직장을 고르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이나 신중할 수밖에 없다. 


  알아본 기관들 중 돈을 더 벌 수 있으면 워라밸이 사라지거나,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2년을 다녀야 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무작정 유아를 선호하여 유치원으로 가자니 안정성 면에서 언제까지 억울함 없이 내 호봉 챙겨 받으며 일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 나오질 않는다. 일반 사립유치원은 4-6년 차가 지나면 호봉을 삭감하거나 자진 퇴사를 하도록 유도하는 곳이 많으며 시간 외 수당을 챙겨주지 않는다. 2022년에 그런 곳이 어디 있냐고 묻는다면 사립유치원이라고 당당히 답해줄 수 있을 만큼 오래되고 낡은 관리자들의 갑질인 것이다. 유명 게임회사들의 직영 어린이집은 영아반이 있기는 하지만 각 회사의 정규직 대우를 받으니 어린이 집계의 재벌이라고들 한다. 모두가 들어가고 싶어 하는 곳들. 업무강도가 장난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재직 중인 원은 칼퇴를 장려하는 분위기에 꽤 큰 규모로 답답함 없이 윤택한 환경이다. 조금 아쉬운 급여문제 빼고는.

유명한 회사 직영 어린이집, 사립유치원, 그리고 현재 나의 직장 세 곳 중 나는 어떤 곳을 택하고 머물러야 하며, 어떤 곳이 내게 장기적으로 행복과 안정을 가져다줄까. 고민의 실이 길고 길게도 이어진다. 언제나 끝나지 않는 물음이다. 


 완벽한 기관을 만나는 것이 어렵다곤 하지만, 오늘의 나는 또 이상 속에서 흐물거리는 바람들을 잡으려 허우적대고 있다. 고작 2년 안으로 스쳐 지나갈 유아교육계에서의 '이직 최적기'를 잘 보내고 싶기 때문이라는 나의 욕심 탓이다. 오늘의 고민은, 그런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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