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서 5장
어둠은 이미
그들을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숲의 결마다,
바람이 스치는 방향마다
느리게 따라붙는 기척이 있었다.
발소리는 조급하지 않았고,
호흡조차 급하지 않았다.
그저
기다리는 자의 발걸음이었다.
“그쪽이 아니라
이쪽이지.”
어둠 너머에서
청룡의 목소리가 천천히 번졌다.
길을 잘못 든 짐승에게
방향을 바로잡아 주듯.
청년은 이를 악물고
연의 손을 끌었다.
나뭇가지가 옷자락을 찢고,
돌부리가 발을 물어뜯었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이었다.
연의 손이
미끄러졌다.
짧은 숨.
어둠 속으로 기울어지는 몸.
“연!”
외침이
밤을 갈랐다.
그보다 먼저
청룡이 움직였다.
한 줄기 검광이 어둠을 가르며
연의 목덜미를 스쳤다.
차가운 바람이 피부를 핥고 지나가자
그녀는 그대로 굳어 섰다.
눈동자에
공포가 맺혔다.
“움직이면
죽는다.”
청룡의 목소리는
놀라울 만큼 차분했다.
“봐라.
네 검이 지키려던 것이
이렇게 떤다.”
청년은
흔들리는 호흡을 눌러 삼키며
앞으로 나섰다.
멈출 수 없다.
이 밤이 끝나지 않더라도.
“그만두십시오.”
“아니.”
청룡의 입가가
느리게 휘어졌다.
“더 보여라.
공포 속에서야
칼은
다르게 울지.”
그가
연을 향해 검을 들었다.
그 순간,
청년의 눈빛이 달라졌다.
공포를 삼킨 채
몸을 던지듯 파고들었다.
흘리고,
낮추고,
베어 들었다.
살과 뼈가 함께 울렸으나
검은 멈추지 않았다.
호흡이 끊기고
살이 찢겨도
발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순간.
남은 힘을 모두 끌어모아
일격을 날렸다.
공기가 찢어졌다.
그러나—
스친 것은
목숨이 아니라
옷깃의 끝자락이었다.
청룡은
웃었다.
“그래.”
눈동자에
기묘한 열이 번졌다.
“조금만 더 다듬으면
아주 오래
남겠군.”
그는
아무렇지 않게 검을 세웠다.
“더 해 봐라.
어디까지
부딪히는지
보고 싶다.”
그리고
다시 덮쳐왔다.
이번엔
머뭇거림이 없었다.
검이 내려오자
바람과 함께 숲이 울렸다.
청년은
연을 끌어안듯 감싸며
뒤로 물러났다.
뒤는
절벽.
아래에서
바람이 치밀하게 올라와
심장을 조였다.
멈출 수 없었다.
검이 다시 내려오는 순간,
청년은
연을 안고
뒤로 몸을 던졌다.
허공 속으로,
어둠 속으로—
청룡은
벼랑 끝에 서서
떨어져 가는 두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동자엔
분노도,
아쉬움도 없었다.
오직
기대만이 남아 있었다.
“살아라.”
그가
조용히 말했다.
“살아서
다시 나를
마주하거라.”
밤은
그들의 실루엣을 삼켰고,
벼랑 위엔
바람만이
길게 남아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