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서 6장
차가운 물이 몸을 꿰뚫고 지나갔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흔들리며 사라졌다가,
무너진 숨 사이로 다시 떠올랐다.
거센 급류가 등을 떠밀었고,
팔은 본능처럼 연을 끌어안고 있었다.
손끝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옷깃을 움켜쥐는 감각만이
유난히 또렷했다.
간신히 물 밖으로 몸을 뉘었을 때,
연은 움직이지 않았다.
창백한 얼굴.
젖은 머리칼이 뺨을 가렸다.
숨의 기척이 희미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연의 입을 열고
머리를 기울였다.
차가운 공기가
폐 깊숙이 밀려들었다가
다시 토해졌다.
몇 번의 숨이 허공에 흩어지고,
마침내 연의 가슴이
잔잔히 들썩이며
생을 알렸다.
달라붙은 물을 토해내며
희미한 숨이 돌아왔다.
그제야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절벽 위,
아직도 그 자리에
무언가 남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 기척도 없었다.
바람만이
축축한 풀을 스쳤다.
그는 연을 품에 안은 채
숲 깊숙한 곳으로
몸을 숨겼다.
젖은 옷에서는
비린내와 흙내가
섞여 올라왔다.
한참을 걷고 나서야
연의 눈꺼풀이 무거워졌고,
그녀는 가느다란 숨으로
숨결을 이어갔다.
날이 밝았을 때,
연이 말하던 마을의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낮은 지붕들 사이로
오래된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을 조용히, 그러나
예리하게 훑었다.
경계.
낯섦.
숨죽인 정적.
그때,
한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노쇠하지도,
젊지도 않은 얼굴.
어깨는 여전히 단단했고,
눈빛에는
싸움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갑옷 대신 헝겊옷을 걸쳤지만,
몸에 밴 결은
감출 수 없었다.
그는 연을 보며
조용히 물었다.
“무사하셨습니까.”
그 말엔
예를 갖춘 단정함이 있었다.
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의 시선이
곧 그에게로 옮겨졌다.
“이분이
함께 있었습니까.”
연은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답했다.
“이 사람이
나를 데려왔어요.”
사내는 짧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여긴
고려의 남은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더는
갈 곳이 없는 자들 말이지요.”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의 손과 어깨를 살폈다.
물의 흔적과 낯선 상처,
그리고 검을 쥐는 방식까지,
눈길은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젊지만…
몸이 검을 오래 알고 있군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내의 눈빛이
조금 더 깊어졌다.
“이 아이를 지키려면,
당신의 이름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짧은 침묵.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최윤검입니다.”
그 이름이
공기 속에
가라앉았다.
사내는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윤검이라…”
멀리서 바람이 불어와
깃발을 흔들었다.
그 흔들림 사이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말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름은
조용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