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법

혼돈의 서 7장

by 연월랑

마을 안쪽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느슨해졌다.
그러나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다.

낯선 이를 경계하는 눈빛과,
연을 향한 조심스러운 고개 숙임이
묘하게 뒤섞여 있었다.
두 감정이 한 공간에서
서성이는 듯했다.

윤검은 그 미묘한 간격을 느꼈다.
질문이 오지 않는 대신,
말을 고르는 침묵이 길었다.

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낮은 지붕 사이를 걸으며
마을의 숨결을 조심스레 받아들이고 있었다.

마른 장작 냄새,
된장의 짠 기운,
어디선가
천천히 끓고 있는 죽의 소리.

이곳은 전쟁의 끝이 아니라
도망쳐 온 사람들의
중간 지점 같았다.

사내는 마을 끝자락의 작은 집으로
그들을 이끌었다.
낡았지만, 문은 단단했다.

“당분간 여기 계시면 됩니다.”

그는 연을 먼저 보았다.
말을 걸진 않았지만,
그 시선엔 묻지 않는 예의가 있었다.

연이 고개를 숙였다.
그 움직임이 너무 자연스러워
윤검은 잠시 이유를 떠올리다
곧 생각을 거두었다.

집 안은 소박했다.
낡은 상 하나,
벽에 기대어 놓인 괭이,
그리고 은은하게 살아 있는
화로의 불씨.
그 불빛이 공기 속 먼지를
가만히 흔들고 있었다.

연이 앉자
마을의 여인 하나가
아무 말 없이 물을 내밀었다.

“몸 좀 녹이세요.”

그 말은
윤검이 아니라
연을 향해 있었다.

윤검은 화로 앞에 앉아
젖은 옷을 말리며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검을 쥐던 손.
숨을 살려냈던 손.

그리고
지금은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은 손.

그날 이후
윤검은 마을을 벗어나지 않았다.

해가 뜨면 장작을 패고,
해가 기울면 우물을 길며
하루를 흘려보냈다.

사람들은 묻지 않았다.
그가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피해 왔는지.

다만 그의 움직임을 보았다.
불필요한 힘이 없는 동작,
싸움을 염두에 두지 않은 듯한 걸음.

아이 하나가
그의 발걸음을 흉내 내다 넘어졌고,
윤검은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밀었다.

아이의 손이 그 손을 잡았다.
그 짧은 접촉 속에서
윤검의 마음 한쪽이
아주 잠깐 멎었다.

그날 밤,
연은 조용히 말했다.

“여기 사람들…
많이 잃었어.”

윤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묻지 않는 거겠지.”

연은 잠시 침묵하다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은 보이지 않았다.
구름이 낮게 깔려 있었다.

“머무를 수 있을까.”

윤검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화로에
장작을 하나 더 넣었다.

불이 조금 커졌다.

그 불빛에
연의 얼굴이 잠깐 드러났다가
다시 어둠 속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마을은 조용히 잠들었지만
윤검은 오래 깨어 있었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한 번 울렸고,
바람이 깃발을 흔들었다.

그 소리는
이곳이 아직
완전히 닫힌 곳은 아니라는 것을
말없이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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