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서 8장
소문은 늘 사람보다 먼저 도착했다.
마을 어귀에서 장작을 패던 사내의 손이 멈췄고,
우물가에 있던 여인들의 말이 끊겼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들었소?”
짧은 말이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이미 여러 밤이 쌓여 있었다.
“산 너머에서…
사람들을 묻지도 않고 베었다더군.”
윤검은 아무 말 없이
도끼를 내려놓았다.
쇠가 나무에 닿는 소리가
마을 안으로 둔하게 퍼졌다.
그날 이후
사람들은 해가 지기 전
문을 닫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개 짖는 소리조차
한 박자 늦게 울렸다.
윤검의 걸음은
자연스레 느려졌다.
급하지도, 소란스럽지도 않은 간격이
마을의 숨을 하나씩 눌렀다.
그날 밤,
연은 잠들지 않았다.
화로 앞에 앉아
타다 남은 장작을 뒤적이다가
조용히 말했다.
“찾고 있는 거야.”
윤검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누굴.”
연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아주 낮게,
마치 혼잣말처럼 덧붙였다.
“남아 있는 사람들.”
그 말은
피해자도, 적도 아닌
애매한 자리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마을로 들어오는 말발굽 소리는
셋이었다.
과하지도, 급하지도 않았다.
이곳을 훑어보겠다는 듯,
보폭과 시선만으로
존재를 알리는 수였다.
윤검은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몸이 먼저 반응했다.
검을 찾지 않았다.
대신 숨을 고르고
문 앞에 섰다.
사내 셋은
검은 갑옷도,
화려한 문장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시선에는
이미 결말이 정해진 듯한
여유가 깔려 있었다.
“여기,
남아 있는 자들이 모여 산다 들었다.”
가장 앞에 선 사내가 말했다.
목소리는 낮고 단정했다.
“숨긴 자도,
숨은 자도
모두 같은 죄다.”
윤검은 그 말을 들으며
아직 만나지 않았지만
여러 번 스쳐 지나간
기척 하나를 떠올렸다.
연의 손이
소매 안에서 굳어 있었다.
윤검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지나가시오.”
사내의 눈이
처음으로 윤검에게 머물렀다.
잠깐의 침묵.
그리고
아주 짧은 웃음.
“지나갈 길은 없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여긴
왕의 땅이다.”
윤검은
거리의 결을 재고 있었다.
세 걸음.
왼쪽은 느리고,
오른쪽은 빠르다.
중앙은
아직 비어 있었다.
아직 칼을 뽑지 않았다.
자만이 아니라,
버티는 선택이었다.
연의 시선은
윤검의 등 뒤에 고정되어 있었다.
숨을 고른 채,
그가 어디까지 견딜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마을 위로 바람이 불었다.
깃발은 없었지만
방향은 분명했다.
윤검은
손을 쥐었다.
아직은
그때가 아니었다.
마을의 공기가
한 박자 더 낮아졌다.
그림자는
이름 없이,
조용히
먼저 도착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