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서 5장
산은 깊지 않았다.
그러나 어둠은
생각보다 빨리 내려앉았다.
마을 뒤편의 숲에는
길이 없었고,
사람들은 숨을 낮췄다.
불길은 멀어졌지만
연기의 냄새는
끝내 떨어지지 않았다.
산은
그들을 숨겨 주었지만,
같은 자리에 머물게 하지는 못했다.
현무는 나무에 몸을 기대고
숨을 골랐다.
피는 이미 옷 안쪽으로 스며들었고,
손끝의 감각은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주작이 다가왔다.
말없이 붕대를 꺼내
현무의 어깨를 눌렀다.
“괜찮다.”
현무의 말은
상태를 설명하는 말이 아니었다.
지금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지 않겠다는 뜻에 가까웠다.
아래쪽에서
말발굽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번에는 느렸다.
놓치지 않겠다는 속도였다.
북원의 기병이
산자락을
조금씩 조여 오고 있었다.
현무는 일어섰다.
몸이 먼저 반응했고,
판단은 그 뒤를 따랐다.
그 순간,
현무는 깨달았다.
이 싸움은
처음부터
완전하지 않았다는 것을.
“여기서 나눠라.”
주작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나가면
돌아오지 못한다.”
그러나 현무는
이미 방향을 정해 두고 있었다.
“아이들은
저쪽 계곡으로.
길은 짧다.
해뜨기 전까지
잡히지 않으면 된다.”
그 말에는
확신이 있었다.
자신이 남으면
그들이 쫓기지 않을 거라는 계산.
현무는 칼을 들었다.
이번에는
들어 올리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숲 사이로
창끝이 보였고,
횃불이 흔들렸다.
현무는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거리를
기다렸다.
첫 번째 기병이 쓰러졌고,
그 사이에서
아이들의 발걸음이
조금 더 멀어지고 있었다.
두 번째 말이 비틀거렸다.
그러나 셋째는
멈추지 않았다.
현무의 무릎이
꺾였다.
넘어지지 않으려
한 손을 땅에 짚었다.
흙이 손바닥에 묻었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았다.
그는
뒤를 보았다.
숲 너머에서
아이의 숨소리가
아직 이어지고 있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적어도,
지금은 그랬다.
그 순간,
현무는
비어 있는 자리를 떠올렸다.
그 자리는
누군가의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자신을 위해 남겨진 자리였다.
현무의 칼이
땅에 떨어졌다.
숲은 다시
소리를 삼켰고,
북원의 기병은
그 자리를
쉽게 넘어서지 못했다.
그리고
그 자리는
그날 밤,
끝내 비워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