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서 6장
주작의 부대는
이미 밀리고 있었다.
백성과 군사가
한데 엉켜 있었다.
앞에는 기병,
뒤에는 불길.
도망칠 수 있는 틈은
점점 가늘어지고 있었다.
주작은 말에서 내려 있었다.
활은 손에 있었지만,
쏘는 방향보다
막아야 할 방향이 더 많아졌다.
그는
백성 쪽으로 몸을 돌려 섰다.
그 선택이
진형을 더 얇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길은 보이지 않았다.
그 틈 속에서도
현무의 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전장의 소리가 달라졌다.
말발굽이 아니라
사람의 발소리였다.
정렬되지 않은 고함,
엉킨 숨.
숲 쪽에서
사람들이 흘러나왔다.
달려오는 것도,
진형을 이루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밀려 나온 몸들이었다.
윤검 일행이었다.
그들은
숙련된 군사는 아니었고,
진형도 없었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윤검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칼이 부딪혔고,
기병 하나가 말에서 떨어졌다.
그의 호흡은
기병보다 먼저 흔들리고 있었다.
승리보다
버티는 쪽에 가까운 숨이었다.
그 틈을 타
다른 이들이
백성 쪽으로 파고들었다.
사람을 끌어내고,
넘어진 이를 일으켰다.
잠시,
전장의 균형이 흔들렸다.
주작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화살이 연속으로 날아갔고,
기병의 간격이 벌어졌다.
백성은
뒤쪽 계곡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병의 움직임이
다시 모였다.
흩어졌던 말들이
한 방향으로 정리되었다.
앞쪽에서
한 장수가 나왔다.
그는
전장을 훑어보았다.
불길,
흩어진 병력,
도망치는 사람들.
그리고
윤검을 보았다.
말 위에서
그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
주변의 기병이
아주 낮게,
그러나 분명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카라 바투…”
그 이름은
호칭이 아니라
확인에 가까웠다.
카라 바투는
윤검을 보며
잠시 자신의 젊은 날을 떠올렸다.
그 기억은
영광이 아니라
끝나지 않은 전장의 냄새였다.
“너는,”
그가 말했다.
“왜 여기까지 왔나.”
목소리는 낮았고,
비웃음은 없었다.
“이길 수 없다는 걸
모를 리 없을 텐데.”
윤검은
숨을 한 번 고르고
앞으로 나섰다.
칼을 쥔 손은
이미 굳어 있었다.
“돌아갈 수는 있었다.”
그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다만,
돌아가면
내가 누구인지
잊어버릴 것 같았을 뿐이다.”
짧은 말이었다.
설명도,
설득도 없었다.
그 말은
용기라기보다
도망칠 곳이 사라진 사람의
고백에 가까웠다.
주작은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윤검을
병사가 아니라
기준으로 보았다.
카라 바투는
잠시 윤검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가 말했다.
“네가 붙잡고 있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지
보여줘라.”
말발굽이
앞으로 나아갔다.
주작의 화살이
동시에 날았고,
윤검의 칼이
빛을 받았다.
그 순간,
윤검은
자신이 이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보다
살아남았을 때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를
먼저 떠올리고 있었다.
전장은
승패가 아니라,
사람의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