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기준

정의의 서 7장

by 연월랑

전장은 오래 버티지 못했다.

기병의 압박은
처음보다 느렸지만,
훨씬 단단해져 있었다.
흩어졌던 말들이
다시 밀려왔고,
간격은 점점 좁아졌다.

윤검은
앞으로 나섰다.

칼은 무거워졌고,
팔은 이미 굳어 있었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멈추는 순간,
뒤에 남은 사람들이
드러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 순간,
이 자리는
현무가 서 있어야 할 자리라는 생각이
스쳤다.

주작의 화살은
여전히 정확했지만,
속도는 눈에 띄게 늦어지고 있었다.
어깨에 남은 상처가
숨을 따라 흔들렸다.

윤검은
그 변화를 보았다.

전장을 보는 눈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눈이었다.

기병 하나가
측면에서 파고들었다.
윤검이 막아섰고,
그 틈에 또 다른 창끝이
주작 쪽으로 밀려들었다.

주작은 몸을 틀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완전히 피하지 못했다.

창끝이 옆구리를 스쳤고,
그는
짧게 숨을 내뱉었다.

소리는 없었다.

활이
손에서 떨어졌다.

윤검이
그를 붙잡았다.
주작의 몸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숨은 얕았지만,
눈은 아직 맑았다.

“괜찮다.”

주작의 말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해야 할 일을
넘기겠다는 뜻에 가까웠다.

기병은
다시 몰려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물러설 생각이 없는 거리였다.

주작은
윤검의 손을 밀어냈다.

“여기서 멈추면,
사람들이 다시 묶인다.”

그는
뒤쪽을 보았다.

백성들은
이미 산 쪽으로 빠지고 있었고,
불길은
조금 멀어져 있었다.

“지금은,”
주작이 말했다.
“사람이 남아 있다.”

그 말은
명령도 아니었고,
부탁도 아니었다.

주작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올 수 있었지만,
돌아오지 않기로 선택했다.

기병이
그를 덮쳤고,
전장은
짧게 흔들렸다.

윤검은
그 자리를
곧바로 메우지 못했다.

그는
주작이 아니라
자신이 그 자리에 서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한 박자,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사이,
주작의 모습은
기병의 등 뒤로
완전히 사라졌다.

전장은
조금씩 뒤로 밀렸다.
사람들은
산으로 흩어졌고,
밤은
완전히 내려앉았다.

윤검은
마지막으로
그 자리를 보았다.

주작이
서 있던 곳.

그곳에는
말해줄 사람은 없었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윤검은
칼을 다시 쥐었다.

누군가는
그 자리에 서야 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그 자리는
윤검의 기준이 되었다.

이전 17화무너진 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