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서 4장
성문 아래에서
현무의 말발굽 소리는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주작은 망루에 서서
그 방향을 오래 바라보았다.
활은 여전히 등에 메여 있었고,
손은 비어 있었으나
가슴 안쪽이 조용히 조여 왔다.
그는 고개를 돌려
청룡을 보았다.
“현무를 이대로 두면
돌아올 자리가 사라집니다.”
청룡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난간에 손을 얹은 채
들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불길은 바람을 타고 옮겨 다녔고,
밤은 그 위로 천천히 내려앉고 있었다.
망루 위에서,
청룡은
그들이 언제 죽을지 계산하고 있었다.
주작은 더 말하지 않았다.
설득도, 항의도 없었다.
그는 계단을 내려갔다.
말에 오르기 직전,
뒤에서 청룡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무와 함께 돌아오라.”
주작의 손이
고삐 위에서 잠시 멈췄다.
“아직
그대들이 할 일이 남아 있다.”
그 말은
명령도, 허락도 아니었다.
그러나 주작은
그 뜻을 이해했다.
그는 말의 배를 찼다.
현무는
이미 들판 한가운데에 있었다.
북원의 기병은
그의 돌출에
잠시 속도를 늦췄다.
진형이 아니라,
의도가 흔들렸기 때문이었다.
현무는
크게 베지 않았다.
쓰러뜨리기보다
흐름을 끊듯 움직였다.
아이를 끌어냈고,
넘어진 노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그럴수록
기병은 그를 둘러쌌다.
칼이 부딪혔다.
현무는
상대를 죽이기보다
살려두는 각도를 먼저 계산했다.
그 선택이
자신을 더 깊이 고립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 순간,
현무는 깨달았다.
이 싸움에는
원래
한 자리가 더 있었음을.
그 자리가
처음부터
자신의 자리였다는 사실을.
그때,
멀리서 소리가 터졌다.
고함.
북을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어둠을 가르며 날아오는 화살.
주작이었다.
그의 화살은
먼저 말의 다리를 꿰뚫었다.
기병이 쓰러지며
진형이 갈라졌다.
뒤이어
조선의 병사들이
들판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 소리는
숫자보다 크게 들렸다.
북원의 기병은
한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또 한 걸음.
그 틈에서
한 사내가 앞으로 나왔다.
낡은 갑옷.
지치지 않은 말.
그의 시선은
불길보다 낮고,
칼날보다 차가웠다.
그의 눈에는
분노보다
피로가 먼저 담겨 있었다.
“우리는
하늘을 배신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는
외침이 아니었다.
이미 지나간 일을
확인하는 말투였다.
“너희가 나라를 세울 때,
우리는 그 자리에 없었다.”
현무는
숨을 고르며 그를 보았다.
“우리는
살기 위해
나라를 세웠다.”
명분도,
역사도 없는 말이었다.
다만
지금 여기에 남아 있는 이유였다.
칼이 다시 부딪혔다.
첫 합,
두 번째 합.
현무는 버텼으나
세 번째에서
무릎이 꺾였다.
땅이 가까워졌다.
북원의 장수는 웃었다.
분노도,
조롱도 없는 웃음이었다.
“항복해라.
그러면
죽이지는 않겠다.”
그 순간,
주작의 고함이 들렸다.
“뒤로 물러난다!”
화살이 다시 날아들었고,
병사들이 현무를 끌어냈다.
그들은 들판을 버리고
마을 뒤편의 산으로 몸을 숨겼다.
숨은 가빴고,
밤은 완전히 내려앉아 있었다.
불은 여전히 타고 있었지만,
이곳에는
사람의 숨만이 남아 있었다.
주작은
자신이 쏜 화살이
말이 아니라
무언가 더 깊은 곳을 건드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순간,
그는
현무를 구한 것이 아니라
전쟁을 구하고 있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날,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사람은
끝나기 시작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이름을 얻었다는 것을.
그 이름은
전쟁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이름을
가장 먼저 부른 것은
그들 자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