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서 1장
나라의 이름은
이미 불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몸은 아직 굳지 않았다.
법은 있었으나
닿지 않는 밤이 많았고,
명령은 있었으나
그 명령보다 먼저
피가 굳은 자리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그 틈에서
사람들이 움직였다.
정도전은
그 움직임을
우연으로 보지 않았다.
사병들이
사적인 부름으로 모이고,
왕자의 이름으로
칼을 드는 장면을
그는 여러 차례 보았다.
누군가는
충성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관습이라 말했다.
그러나 그에게
그것은
나라가 서기도 전에
나라를 가르는 손이었다.
그 칼들 가운데
아직
이름을 얻지 못한 칼이 있었다.
그 존재는
불리지 않았으나,
부재로만 머물지도 않았다.
전장에서는 불렸으나
기록에는 남지 않았고,
살아 돌아왔으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손.
그 손이
지금 이 밤을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
아무도 묻지 않았다.
“이 칼들은
아직
나라의 것이 아니다.”
그의 말에는
분노보다
결론이 먼저 담겨 있었다.
나라가 서기 위해
먼저 정리되어야 할 것은
법이 아니라,
칼의 주인이었다.
주인을 정하지 못한 칼은
언젠가
나라를 베기 때문이다.
그 말은
조용히 퍼졌고,
곧
경계로 읽혔다.
이방원은
그 말을
정치가 아니라
신호로 받아들였다.
사병을 거둔다는 것은
질서를 세운다는 뜻이 아니라,
힘을 내려놓으라는 요구였다.
칼을 내려놓는 자는
다음에
목을 내놓는다.
그는
그 생리를
너무도 잘 알았다.
그래서
말하지 않았다.
말이 아니라
사람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우연히 선택된 것이 아니었다.
밤이 바뀔 때마다
자리가 비었고, 이름이 하나씩 지워졌다.
공식 기록은
아직 침묵했으나,
사람들은
이미 느끼고 있었다.
칼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궁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태조는
모든 보고를
한 박자 늦게 받았다.
그는
아들들의 손과
공신들의 칼 사이에서,
어느 쪽도 먼저 부르지 않기로
스스로 정하고 있었다.
그는
기류를 알고 있었으나,
아직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나라를 세운 손으로
피를 닦는 선택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더 늦출수록
다른 손들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그 역시
모르고 있지는 않았다.
그 사이,
결정은
왕의 자리에서가 아니라
왕의 그림자에서
먼저 내려졌다.
어느 밤,
궁 안의 문 하나가
소리 없이 열렸다.
군사는
왕명을 묻지 않았고,
사람들은
이유를 확인하지 않았다.
칼은
이미 방향을 알고 있었다.
그날,
나라의 첫 번째 밤은
조용히 갈라졌다.
아직
승자도 없었고,
아직
전쟁이라는 이름도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였다.
이번에는
하늘도 아니었고,
전장도 아니었다.
먼저 움직인 것은
사람의 칼이었다.
그 칼은
적을 찾지 않았다.
주인을 찾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