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려보낸 물

by 연월랑

처음 닿는 것은
대개 물이었다.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손을 내밀면
먼저 스며드는 것이 있었고,
그다음에야
다른 것들이 따라왔다.

물은
누구에게나 먼저 닿았다.

차이는
닿는 순간이 아니라
머무는 시간에서 생겼다.

어떤 손 위에서는
잠시 고였고,
어떤 손 위에서는
곧바로 흘러내렸다.

붙잡으려 할수록
형태는 더 빨리 무너졌고,
놓아둘수록
더 멀어졌다.

같은 시작이었지만
같은 자리에 남는 일은
드물었다.

흐르는 동안
무엇이 섞였는지는
끝내 드러나지 않았다.

맑게 지나간 것도 있었고,
이미 다른 색을 띠던 것도 있었다.

손을 거쳐간 것은 같았지만,
남아 있는 것은 같지 않았다.

잡고 있었다고 여긴 순간에도,
손 위에 남은 것은
이미 다른 것이었다.

그때,
얇게 고인 물 위로
작은 나뭇잎 하나가
가볍게 흔들리며 먼저 흘러갔다.

닿았던 자리는 남지 않았고,
스친 결만 잠시 머물다 사라졌다.

나는
그 위에 아무것도 얹지 않은 채
그대로 두었다.

물은 계속 흘렀고,
되돌아오지 않았다.

같은 곳에서 시작된 것들이
같은 방향으로 흘러도,
같은 자리에 닿지는 않았다.

나는 물이 아니라,
흘러간 쪽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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