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작은 불씨였다.
눈에 잘 띄지 않았고,
조금 떨어져 있으면
있는지도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 불은 천천히 번졌다.
닿는 것마다
모양이 달라졌고,
남은 것들은
원래의 모습을 잃어갔다.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끝내 알 수 없었다.
타는 냄새는
뒤늦게 올라왔다.
불이 번지는 동안
모든 것이 흔들렸다.
작게 터지는 소리와 함께
가장자리부터 무너졌고,
사라지는 것과 남아 있는 것 사이에는
뚜렷한 경계가 없었다.
나는 한 걸음 물러났다.
발밑에서
부서지는 감촉이 느껴졌다.
그제야
내가 그 안에 있었다는 걸 알았다.
불은 어느 순간
힘을 잃고 있었다.
남은 것은
형태가 흐트러진 채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열기가 손끝에 닿았다.
손을 내밀었다.
지금이라면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잠깐 멈춘 사이,
바람이 먼저 스쳤다.
그때
불은 이미 꺼져 있었다.
내가 닿으려 했던 것은
불이 아니라,
이미 지나간 시간이었다.
나는
끄지 못한 것이 아니라,
조금 늦게 도착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