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기울어진 빛이
바닥 위에서 잠시 멈춰 있었다.
먼저 닿는 것은
대개 그것이었다.
어둠이 물러난 자리보다
조금 앞에서,
형태보다 먼저
얇은 윤곽이 떠올랐다.
무엇이 있는지는
빛이 지나간 뒤에야
천천히 드러났다.
남아 있는 것은
대상이었고,
빛은 그 위를 스쳐 지나간
흔적처럼 보였다.
가까이에서는
모서리와 결이 또렷했다.
그러나
조금만 멀어지면
같은 것들도
쉽게 흐려졌다.
나는
한 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았다.
하지만
손끝에 남는 것은
빛이 아니라
비친 자리였다.
그 순간
내가 보고 있던 것이
빛인지
그 흔적인지
잠시 구분되지 않았다.
나는
잠깐 멈췄다.
같은 곳을 보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드러나는 방식이 달라졌다.
사라진 것은 없었다.
다만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빛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마지막에 남은 것은
빛이 아니었다.
그 빛이
끝내
나를
비추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