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던 쪽이 있었다.
창가에 놓인 시계는
늦은 빛 속에서
같은 자리에 남아 있었다.
초침은
같은 숫자 위에
다시 멈추지는 않았다.
그래서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기 쉬웠다.
어느 순간
조금씩 어긋난 것들이 있었다.
그 자리 가까이에
서 있었던 것 같지만,
이미 지나온 쪽이었는지도 모른다.
역을 떠나는 기차를
멀리서 본 적이 있었다.
천천히 움직이던 객차는
한동안 같은 풍경 속에 있었지만,
어느 순간
같은 자리에 있지 않았다.
되돌아갈 수 있는 것처럼 보여도
같은 시간 위로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흙길 위에 남아 있던 발자국도
처음에는 또렷했지만,
몇 걸음이 지나가자
어느 것이 먼저였는지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시간은
멈춘 적이 없었고,
늦게 도착한 쪽에서만
그 사실이 드러났다.
이미 지나간 자리 위에
늦게 서 있었을 뿐이었다.
기차가 사라진 뒤에야
그 일이
조용히 드러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