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힌 자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눌린 자리에는
마른 결이 먼저 굳었고,
그 위를
다른 발걸음들이 지나갔다.
형태는
조금씩 어긋났고,
남아 있는 것들도
같은 모습으로 머물지 않았다.
흙은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 자리가
같은 상태로 남는 일은 드물었다.
어떤 것은
안쪽으로 눌려 들어갔고,
어떤 것은
겉에 얇게 말라 붙었다.
그 차이는
크지 않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같은 것으로 남지 않았다.
나는
그 위를 지나간 적이 있다.
무언가를 남겼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게 남는 것이
사라지지 않는 방식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남아 있는 것은
내가 남긴 것이 아니라
남겨질 수밖에 없었던 것들이었다.
걸음을 멈추고
잠깐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손끝으로
밟힌 자리를 눌러보았다.
겉은
쉽게 부서졌고,
안쪽은
아직 조금 젖어 있었다.
손바닥 위에는
작게 흙이 남았다.
무언가를
집어 올린 것 같았지만,
손을 펴자
그것은
모양 없이 흩어졌다.
손안에 남아 있던 것이
붙잡은 것이 아니라
끝내
붙잡히지 않는 쪽에 가까웠다는 것을
늦게 느꼈다.
흙은
모든 것을 받아들였지만,
그대로 두지는 않았다.
닿았던 것들은
형태를 잃었고,
이름으로 불리던 것들도
다른 것으로 남았다.
어느 순간부터
구분할 수 없는 것들이 늘어났다.
섞인 것인지,
사라진 것인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손바닥에 남은 것을
가볍게 털어냈다.
남아 있는 것과
남아 있지 않은 것의 경계는
생각보다 얇았다.
흙은
끝까지 그 자리에 있었지만,
남아 있는 것은
처음의 것이 아니었고,
남겨진 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손에서 떨어진 뒤에도
어딘가에 남아 있었지만,
다시는
구분되지 않는 쪽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