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 않는 소리

by 연월랑

문이 닫힌 뒤에도
방 안에는
조금 전의 공기가 남아 있었다.

손잡이를 놓은 뒤에도
금속의 차가움이
손끝에 얇게 남아 있었다.

밤은
창밖에서 천천히 내려와
말이 멈춘 자리 위에
고요를 덮어 놓고 있었다.

누군가 말을 꺼내려다
멈춘 자리처럼,
어딘가가
아직 접히지 않은 채
그 고요 속에 놓여 있었다.

밖으로 흘러나온 것은 없었다.

문 아래로 스며든 빛이
가늘게 끊겨 있었다.

그 빛은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고,
안에 있던 것들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창틀에 스친 바람이
잠깐 머물다 사라졌다.

그 순간,
무언가 들린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문 쪽으로 한 걸음 움직였다가,
그대로 멈췄다.

열 수 있다는 생각과
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같은 자리에 겹쳐 있었다.

방 안의 공기는
더 깊게 가라앉았고,
끝나지 못한 것들은
그 아래에 잠긴 채
움직이지 않았다.

소리는
밖으로 닿지 않았다.

밤이
먼저 그 길을 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울림은
어딘가 깊은 쪽에서
아주 느리게
이어지고 있었다.

소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닿을 자리를 잃을 뿐이었다.

나는
문을 열지 않았다.

그래서

그것은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문이 닫힌 쪽에서만,

아주 늦게
작게 한 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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