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아래는 환했다.
그러나
빛은
멀리 가지 않았다.
몇 걸음만 벗어나면
바닥은 금세 끊겼고,
그 너머는
아무것도 또렷하지 않았다.
나는
어둠이 시작되는 자리에 서 있었다.
한 발은
빛에 닿아 있었고,
다른 한 발은
이미 보이지 않는 쪽에 들어가 있었다.
가로등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어둠도
무언가를 숨기려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나뉜 채 머물러 있었다.
나는
잠깐
빛 안으로 들어갔다.
발끝이 드러났고,
손이 그 뒤를 따랐다.
얼굴까지 올라온 빛이
멈추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숨기고 있던 쪽까지
같이 밝아졌다.
괜히
손을 한 번
주머니에 넣었다가
다시 꺼냈다.
주머니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날도
비슷한 곳에서
멈췄던 적이 있었다.
나는
끝까지 들어가지 않았었다.
입술이
조금 굳어 있었다.
나는
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어둠 속에서는
윤곽이 빠르게 흐려졌다.
발끝도,
손도,
얼굴도
금세 구분되지 않았다.
지워지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함께 사라졌다.
나는
그 자리에
잠시 서 있었다.
빛은
한쪽에 남아 있었고,
어둠은
그 밖을
가만히 채우고 있었다.
나는
어느 쪽으로도
완전히 서지 않은 채
발끝의 방향만
천천히 돌렸다.
밝아지는 쪽에서는
남아야 할 것들이
너무 또렷했다.
나는
이번에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어둠이 시작되는 쪽으로
한 발 더
들어갔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