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입구에는
늘 같은 자리가 있었다.
길이 갈라지기 전,
사람들이 잠깐 멈췄다가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지는 곳이었다.
그날,
나는 그 자리에
리본 하나를 묶었다.
색은 눈에 띄지 않았고,
매듭은 단단하지도 느슨하지도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이
굳이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였다.
바람이 불면
조금 흔들릴 뿐이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그는
이 길을 알고 있었다.
멀리 돌아서더라도
결국은 이곳을 지나야 한다는 것을,
오래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다른 표시 대신
이 정도로 남겨 두는 편이
더 맞았다.
시간은
그날 이후로
같은 방향으로 흘렀다.
바람은 몇 번이나 불었고,
리본은 그때마다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흔들렸다.
끝이 엉켜 있던 날이 있었고,
거의 풀릴 듯 느슨해진 날도 있었다.
한 번은
리본이
내가 묶어 둔 것과
조금 다른 모양으로 바뀌어 있었다.
누군가 손을 댄 것처럼 보였지만,
그 앞에서 나는
한 발 물러나 있었다.
그날,
늦지 않겠다고 말하던 목소리가
끝내 닿지 않은 채
바람에 남아 있었다.
그 앞을
여러 번 지나쳤다.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였지만,
다시 묶지는 않았다.
손끝에 닿는 천의 감촉이
처음의 이유를 바꿔 버릴 것 같았다.
이미 묶어 둔 것은
그대로 두는 편이
덜 어긋나는 쪽에 가까웠다.
그가 오던 날에도
나는
그 자리를 지켰다.
바람은
평소와 다르지 않게 불었고,
리본도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을 것처럼 보였다.
며칠이 지난 뒤에야
나는
그 자리를 다시 보았다.
리본은
보이지 않았다.
매듭이 풀렸는지,
끊어진 것인지,
어디로 갔는지는
끝내 남지 않았다.
그날,
그는
그 자리에 왔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시간에서
비켜나 있었다.
그는
그 뒤로도
이 자리를 지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묶여 있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지만,
그 자리는
비어 있는 채로 남아 있었다.
나는
그날이 지나간 쪽에 서 있었다.
우리는 같은 자리에 있었지만,
같은 순간에 도착하지는 못했다.
나는
그 자리를 지나지 않은 쪽에 서 있었다.
남겨진 것은
리본이 아니라,
지나가지 못한 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