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세계

에필로그

by 연월랑

나는 같은 날의 빛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누구의 빛인지 알지 못했다.

봄의 방에서 나는 창가에 걸려 있었다.
그는 창문을 열지 않았다.
나는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했고,
그는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여름의 사무실에서
나는 유리창에만 남아 있었다.
그는 문장을 쓰고 있었지만,
그 문장이 누구의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어깨에 닿았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 밀려났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그가 나를 밀어낸 것이 아니라,
내가 그를 지나치고 있었다는 것을.

가을의 도시에서
나는 낙엽 위에 머물렀다.
그녀는 그것을 보지 않았다.

아니,
보지 않기로 한쪽에 가까웠다.

나는 그 위에 오래 남아 있었지만,
그녀는 이미 다른 계절을 걷고 있었다.

겨울의 버스 창가에서
한 소녀가 나를 정면으로 받았다.

그녀의 시선이
잠깐 멈췄다가,
다시 이어졌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네 사람은 서로 다른 존재였고,
서로 다른 방향에 서 있었다는 것을.

나는 그들을 비췄지만,
어느 쪽에 더 가까웠는지는
끝내 분명해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멈췄고,
누군가는 쓰였고,
누군가는 떠났고,
누군가는 아직 떠나지 않았다.

그날,
같은 시간 위에 네 개의 그림자가 생겼다.

그 그림자들은
겹치지 않았고,
서로를 대신하지도 않았다.

나는 알고 있었지만,
그 앎이 무엇을 남기는지는
끝까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여전히 같은 날의 빛이었다.

다만,
누군가의 계절에 닿기 전에
내가 먼저 비켜섰는지,
아니면
이미 지나온 뒤였는지조차
이제는 분간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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