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사색 3부작 2부
나는 바람이다.
모양도 없고 그림자도 없지만,
세상의 모든 틈을 알고 있다.
누군가는 나를 짓궂다고 부른다.
머리카락을 헝클고,
치맛자락을 흔들고,
방금 핀 꽃잎을 흩뜨린다고.
그러나 나는 장난 삼아,
세상의 온도를 확인할 뿐이다.
오늘은 공원의 벤치에 머물렀다.
두 사람의 말이 공기 속을 따뜻하게 물들였다.
그 온기를 멀리까지 실어 나르며 나는 생각했다.
‘그래, 이런 게 사랑이겠지.’
그녀의 웃음이 햇살에 닿자,
나는 그 빛을 퍼뜨려 공원 끝까지 보냈다.
어느 골목 모퉁이에서
그리움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는 걸 보았다.
마음 한쪽은 눈을 돌리고,
다른 한쪽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나는 둘 사이를 스쳐 지나며
낙엽 하나를 들어 올렸다.
그 낙엽이 떨어질 때,
그녀의 눈가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리움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문득 깨어난다.
봄의 향기를 잊지 못한 이에게
겨울의 숨결을 전해 준 적도 있다.
나는 가끔 서툴다.
전하지 말아야 할 말을 옮기고,
잊어야 할 이름을 다시 흔들어 놓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게 속삭인다.
“오늘은 그냥, 잠들게 해 줘.”
그러나 나는 멈출 수 없다.
누군가는 아직 울지 못하고,
누군가는 아직 웃을 준비 중이다.
그리움이란 건,
조금의 바람이 있어야 숨을 쉰다.
나는 오늘도 흐른다.
사랑을 흩뿌리고,
웃음을 전하고,
그리움을 데리고 간다.
그리고 새벽녘,
모든 말이 잠든 하늘 아래서
살며시 속삭인다.
“내일도 불겠지.
누군가의 웃음 위로,
누군가의 상처 위로.
나는 멈추지 않는다.
바람은 기억의 다른 이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