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사색 3부작 에필로그
모든 계절이 지나간 뒤,
세상은 한동안 숨을 죽였다.
숲은 젖은 땅속에서 잠들고,
바람은 지쳐 흩어졌으며,
바다는 조용히 고요의 막을 내렸다.
그때,
누군가의 집 굴뚝에서
가느다란 연기가 피어올랐다.
나는 불이다.
사라진 것들을 빛으로 되돌리는 존재,
기억의 마지막 변주.
내 안엔 숲의 향, 바람의 목소리,
바다의 냄새가 아직 남아 있다.
어둠 속에서 한 노파가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젖은 장작이 한동안 머뭇거리다
이윽고 파직―, 하고 불길을 올렸다.
그 불빛이 벽에 매달린 시계와
손때 묻은 찻잔을 비추었다.
노파는 조용히 말했다.
“따뜻하네… 오래간만이야.”
나는 그 말의 끝에서
작은 불씨처럼 미소를 피웠다.
밤이 깊어가자,
한 아이가 마당에 나와 손난로를 들고 있었다.
손끝이 녹자 그는 숨을 불어넣었다.
“엄마, 봐요. 별이 생겼어요.”
나는 그 손 안에서 흔들리며
짧지만 맑은 온기를 품었다.
불이란 건,
이토록 작아도 세상을 조금은 밝힌다.
산 아래의 낡은 절집에서는
스님이 등잔불을 켰다.
촛불은 한참 흔들리더니,
이내 안정된 숨결로 바뀌었다.
그는 불빛에 손을 모으며 중얼거렸다.
“모든 건 사라져도, 빛은 남는 법이지.”
나는 그 기도를 따라
멀리 산등성이를 넘어갔다.
새벽이 오기 직전,
바다는 내 온기를 받아
동쪽 하늘에 빛을 띄웠다.
붉은 선이 수평선 위로 번질 때,
나는 불길이 아니라 햇살이 되었다.
숲이 눈을 뜨고,
바람이 다시 숨을 쉬고,
바다가 파도를 일으켰다.
나는 불이다.
한때의 불씨였고,
지금은 아침의 첫 숨결이다.
사람들은 나를 따뜻함이라 부르고,
자연은 나를 순환의 끝이라 부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끝은 언제나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오늘도,
누군가의 아궁이에서,
누군가의 손끝에서,
작은 불씨가 다시 깨어난다.
그 불빛 아래에서
세상은 또다시 숨을 고른다.
모든 숨이 잠시 멎고,
그리고 아주 천천히,
사색을 시작한다.
빛이 남아 있는 한,
세상은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