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일을 내려두고 곧장 강가로 향했다.
일주일 내내 쌓인 피로가 어깨에 남아 있었지만,
도시를 벗어나, 풀 냄새가 스며든 길로 들어서자
숨결이 풀리며, 뺨을 스치는 바람이 온기를 남겼다.
회색 건물들이 멀어지고, 불빛이 하나둘 사라질 때마다
강가의 어둠은 제 얼굴을 드러냈다.
아스팔트 냄새 대신, 젖은 흙과 이끼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공기 속에는 미세한 물안개가 떠 있었고,
그 차가운 기운이 피부에 닿을 때마다 마음이 서서히 맑아졌다.
강가에 도착해 낚싯대를 펴고 미끼를 꿰었다.
낡은 접이식 의자를 펴고 앉으니,
찌 하나가 물 위에 조용히 떠올랐다.
바람이 잔물결을 밀어내며 찌를 흔들었다.
그 단출한 움직임 속에서 마음이 묘하게 가라앉았다.
옆자리의 중년 사내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물었다.
“잘 잡히십니까?”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앉아 있는 거죠.”
그가 피식 웃고는 말했다.
“낚시는 고기 잡으러 오는 게 아니라,
시간을 잡으러 오는 거죠.”
그 말이 오래 귓가에 남았다.
나는 잔잔한 물결 위에 떠 있는 찌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낚시를 오래 하다 보면,
고기를 잡는 일보다 기다림에 더 익숙해진다.
입질을 기다리며 눈은 물 위를 좇지만,
실은 그 사이의 고요가 더 귀하다.
갈대 사이에서 바람이 스치며 은빛 결을 만들고,
풀잎 끝에 맺힌 물방울이 햇빛을 품은 듯 반짝인다.
도시에서는 들리지 않던 새소리와
풀벌레의 미세한 숨결이 귓가를 스친다.
내 안에서 오래 잠들어 있던 생각들이
그 정적 속에서 천천히 깨어났다.
젊을 땐 성급했다.
기다림은 허비라 믿었고,
멈춤은 뒤처짐이라 여겼다.
무언가를 반드시 쥐어야 한다고 믿었고,
손에 남는 것만이 전부라 여겼다.
그러는 사이, 내가 쥐려 했던 것들이 하나둘 흩어졌다.
성공을 좇을수록 내 곁의 빛들이 희미해졌다.
친구의 웃음, 가족의 시간, 그리고 오래 품었던 꿈까지—
모두 내 손등을 스치듯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것들이 사라진 뒤에서야,
비로소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다.
남보다 먼저 달리고, 더 많이 움켜쥐는 것이
곧 성공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렇게 움켜쥔 것들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곤 했다.
밤새 준비한 회의 자료도,
놓치지 않으려 애쓴 몇 번의 기회도,
끝내 붙들지 못한 사람의 마음도
모두 흘러가 버렸다.
잡았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흘려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밤이 깊어졌다.
강 위로 달빛이 길게 번지고,
풀벌레의 울음이 물결에 섞여 흘렀다.
찌가 순간 움찔거렸다.
손끝에 미세한 떨림이 전해졌다.
챔질 하자 작은 붕어 한 마리가 파닥이며 올라왔다.
은빛 비늘이 달빛을 받아 미세한 물결처럼 흔들렸다.
손바닥 위에서 생명의 온기가 살아 움직였다.
나는 잠시 붕어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강물에 돌려보냈다.
“잘 살아라.”
입 밖으로 나온 말에 옅은 웃음이 났다.
누구를 향한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 말은, 오래전 놓쳐버린 나 자신을 향한
위로였는지도 몰랐다.
물결 속으로 사라지는 붕어를 본 뒤,
새 미끼를 꿰어 낚싯대를 던졌다.
찰랑—
고요하던 수면이 원을 그리며 퍼져갔다.
그 잔물결이 내 안으로 번져 와,
한동안 가라앉지 않는 울림으로 마음을 적셨다.
동쪽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안개가 걷히며 새벽 공기가 길을 열었다.
붉은 햇살이 강물 위로 번지자
밤의 그림자가 서서히 물러났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돌렸다.
걸음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다만 마음이 맑게 정리된 듯 고요했다.
강물 위 잔물결처럼,
내 안에도 오래도록 고요가 머물러 있었다.
그 고요는 마치 나를 오래 기다려준 강물 같았다.
그 물결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놓아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