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의 노래

비와 흙이 기억하는 노래

by 연월랑

비가 내리면 나는 운다.

사람들은 그것을 시끄럽다고 하지만,

빗소리와 우리의 울음은 사실 같은 시간의 숨결이다.

하늘이 울면, 땅도 따라 운다.

그 비 속에서 나는 내 마음의 울림도 함께 듣는다.


논두렁의 물이 불어나면

나는 그 속에서 숨을 쉬고, 노래를 부른다.

빗방울이 흙 위를 두드릴 때,

그 소리는 세상이 깨어나는 합창처럼 들린다.

비가 내릴 때마다 나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젖은 공기 속에서, 흙의 온기가 심장처럼 뛴다.


하지만 이제 그 노래를 듣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창문을 닫고,

우산 아래에서 서둘러 지나간다.

그들은 비를 피하지만, 나는 그 비에 태어난다.

그들에게 빗소리는 낭만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생의 시작이다.

그 빗속에서 우리는 태어나고, 숨 쉬고, 사라진다.




멀지 않은 곳에서 굴착기의 소리가 울렸다.

산이 깎여 나가고, 흙이 덤프트럭에 실려 사라졌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내 안의 숨결도 조금씩 메말라감을 느꼈다.

그 흙 위에는 나와 같은 생명들이 있었다.

그들은 집을 짓는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이상했다.

흙이 사라진 자리에 세워지는 집이라면,

그것은 머물 곳이 아니라 잊는 곳이 아닐까.

그들이 세우는 것은 벽이었고,

그 벽은 하늘과 바람의 길을 막고 있었다.

나는 벽 아래 젖은 흙을 만져 보았다.

한때 따뜻했던 흙이 식어 있었다.

이제는 차가운 돌처럼, 생명의 온기를 잃은 채.




새로 난 도로 너머로 간 친구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 길 위에는 타는 냄새만이 남았다.

그 냄새는 오래 남았다.

비가 개어도 흙은 그날의 눈물을 잊지 못했다.

흙이 기억하는 시간처럼, 나는 한동안 울음을 삼켰다.

그곳은 더 이상 노래가 머무는 자리가 아니었다.


비가 갠 뒤, 논두렁의 웅덩이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밤이면 달빛이 고이던 물자리는

이제 시멘트 틈새로 바뀌었다.

아이들의 발자국이 사라지고,

풀잎의 향이 먼지 냄새로 바뀌었다.

그 변화를 바라보며 나는 문득 생각했다.

우리의 노래가 점점 들리지 않게 된 건,

사람들이 더 이상 멈춰 서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그 변화 속에서도 운다.

이제는 짝을 부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라져 가는 터전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우리의 울음은 슬픔의 노래이자

마지막 기록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비가 오면 맹꽁이가 운다.”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그 울음이 단지 소리가 아니라,

사라지는 세상에 대한 기도임을.

그 기도는 언젠가 사람들의 마음을 적실 작은 비가 되리라.

빗방울이 입가에 닿자 짠맛이 났다.

아마도 흙의 눈물일 것이다.

그 짠맛 속에서 나는

사람들의 마음도 언젠가 젖을 수 있기를 바랐다.

비가 내릴 때마다 나는 여전히 세상을 믿는다.




비가 내리는 밤,

나는 다시 노래한다.

흙의 향이 남아 있는 마지막 웅덩이에서.

그 울음이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잠시라도 멈추어 서게 되기를 바라며.

그 순간, 비가 아닌 마음이 젖기를.

멈춤 속에서, 시간의 숨결이 들린다.

그 소리가 남아, 다음 비로 이어지기를.

비가 내리지 않는 계절엔, 나는 다시 그 소리를 기다린다.

시간은 멈춘 듯 흘러가지만,

그 흐름 속에서 나는 여전히 같은 노래를 부른다.

빗방울이 돌아오는 날,

나는 또 한 번, 생명의 노래를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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