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의 숨결
향은 오래전에 사라진 줄 알았다.
그러나 바람이 불면
그 냄새는 잿빛 공기 속에서 조용히 되살아났다.
한숨처럼 옅었지만,
가라앉아 있던 기억을 다시 흔들어 깨우는 데는 충분했다.
먼 세월이 흘러도
사람의 숨결은
땅속 어딘가에서 미세한 온기를 품은 채 남아 있었다.
누군가는 스러졌고,
누군가는 남았으며,
어떤 이름들은 먼지처럼 흩어져 저마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삶의 잔향만큼은
공기 깊은 곳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그 냄새는
슬픔 같기도 하고,
땀의 그늘 같기도 했으며,
때로는 오래 묵은 눈물의 소금기와도 닮아 있었다.
여름의 한가운데,
태양이 가장 뜨거웠던 날이었다.
논두렁의 물결이
햇빛 아래서 은빛과 황금빛 사이를 천천히 오갔다.
바람이 지나가자
마른 흙이 내는 갈라짐의 냄새가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했다.
그 냄새 속에서
문득 한 송이 꽃의 향이 피어올랐다.
벌레들이 모여들어도
그 꽃은 흔들리지 않았다.
메마른 틈을 비집고
작은 몸을 조용히 들어 올리며 피어 있었다.
그 향은 강하지 않았지만
가볍게 스쳐도 오래 남았다.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서 머무르는 듯한 잔향이었다.
사람들은 그 향을 모르고 스쳐 지나갔지만,
바람은 그 냄새를 잊지 않았다.
계절이 두세 번을 돌고 나서도
그 향은 다시 깨어나 공기를 흔들었다.
그 순간 깨달음처럼 스며온 것이 있었다.
그 향은 누군가의 이름이 아니라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의 숨결이라는 사실이었다.
지쳐도 꺾이지 않고,
무너져도 제자리를 찾아오는,
말없이 이어지는 체온의 파동.
그 향은 세월을 건너
우리의 숨결 속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사라진 듯 보일 때에도
그 안쪽에는 작은 불씨처럼 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향은 냄새가 아니라 기억이었고,
기억은 다시 향이 되어
세상의 바람을 타고 흘러갔다.
바람이 멎자
세상도 잠시 숨을 고르는 듯했다.
흙 위에는
햇빛에 데워진 잔열이 희미하게 번져 있었고,
작은 벌레 한 마리가
짧은 울음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 울음 뒤로
공기는 더욱 고요해졌다.
그 정적의 중심에
단 한 송이 꽃이 피어 있었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 향만은 묵묵히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무궁화.
그 이름 하나가
다시 숨을 쉬게 했다.
그 향이 바로
우리 모두의 영원이었다.
그리고 그 영원은
지금도 누군가의 마음 안에서
아주 천천히 다시 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