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작 1부
야근이 길어지던 날이었다.
사무실은 이미 대부분 불이 꺼져 있었고,
그의 자리 위 형광등만
하얗게 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모니터 속 숫자들은
계속 바뀌었지만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어깨는 굳어 있었고,
손목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감각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가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마우스를 한 번 더 눌렀다.
이미 끝난 작업이라는 걸
확인하는 데에도
습관은 필요했다.
의자를 조금 밀어 뒤로 물렸다.
예전 같았으면
이쯤에서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별다른 말 없이도
“아직이야”라는 한마디면 충분했으니까.
그 한마디로
하루가 끝나지 않아도
마음은 먼저 집으로 돌아갔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이유가 없었다.
전화할 곳도,
기다림이 닿을 자리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사실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복도 쪽에서
센서등이 잠깐 켜졌다가
다시 꺼졌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는데
불만 혼자 반응한 것 같았다.
그는 그 소리를
괜히 오래 들었다.
함께 있을 때는
그 자리가 이렇게
눈에 띄는 공간이 될 줄 몰랐다.
늘 있었고,
늘 이어져 있었기에
비어 있는 쪽을
생각해 볼 필요가 없었다.
무심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화면은 끝내 켜지지 않았다.
연락하지 않는 일이
어느새 몸에 먼저 익어 있었다.
슬픔은
그날따라 특별하지 않았다.
눈물이 나지도 않았고,
숨이 막히지도 않았다.
다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데도
몸이 먼저 하루를 닫고 있다는
느낌만 남아 있었다.
아픔은
그보다 나중에 왔다.
그 사람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였기에
버틸 수 있었던
자신의 한 부분이
빠져나간 감각.
그 공백이
하루의 끝에서
말없이 몸을 눌렀다.
그는 다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마지막 파일을 저장하고,
컴퓨터를 종료했다.
의자를 밀어 넣는 소리가
사무실 안에서
조금 크게 울렸다.
가방을 들고
불을 끄려다
그는 잠시 손을 멈췄다.
어둠이 내려오는 쪽을
굳이 확인하지 않은 채
그대로 서 있었다.
그때였다.
책상 위에 놓인 휴대전화가
갑자기 진동했다.
전화벨이
고요한 사무실에
한 번,
두 번
울렸다.
그는 화면을 보지 않았다.
벨소리가 멈춘 뒤에도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사무실에는
이미 불이 꺼진 자리와
아직 남아 있는 자리의
경계만이
잠시 더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