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작 2부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뒤였다.
창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불이 켜진 창문들 사이로
늦은 하루들이 겹쳐 보였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있었다.
무엇을 하려는 건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시간은 늘
조금 늦게 흘러도
괜찮았다.
전화 버튼 위에서
엄지가 멈췄다.
이름을 누르는 일은
아직도 빠르지 않았다.
전화를 걸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보다
어디까지 닿지 말아야 할지가
먼저 떠올랐다.
그는 힘들 때
말이 적어지는 사람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괜찮다는 말을 먼저 건넸다.
지금은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중에 이야기해도 된다고.
그 말들이 쌓이는 동안
그녀의 말은
끝내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통화 연결음이 울리기 전,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벨이 울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이상하게 숨이 놓였다.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금은 더 필요했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부엌으로 가
물을 한 컵 마셨다.
컵을 싱크대에 내려놓는 소리가
집 안에
잠시 머물렀다.
집은 조용했지만,
그 조용함은
아직 자리를 정하지 못한 채
방 안을 떠돌고 있었다.
함께 있을 때는
그가 이렇게
하루의 끝에 먼저 떠오를 줄
몰랐다.
그때는
늘 이어져 있다고 믿었고,
기다림의 방향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저녁이 깊어질수록
말하지 못한 문장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말하면 달라질 수 있었던 말들,
말해도
그대로였을 말들.
그때
휴대전화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그녀는
곧바로 화면을 보지 않았다.
알림음이
집 안의 공기를 한 번 스치고
사라질 때까지
그대로 앉아 있었다.
무엇이었는지는
아직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자기 몫의 침묵을
천천히 정리하고 있다는
감각만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잠시 후에야
휴대전화를 다시 손에 들었다.
화면을 켜기 전,
숨을 한 번 고르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 밤을
계속 건너가기 위해서.